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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Oct 26. 2017

59. 상실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두지 않은 물건들로 가득찬 집에는

주인 없는 무엇들로 소란스럽다.


시끌시끌 떠드는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 하고 부유한다.


가을의 낙엽이 그러하듯

길 위의 신발 한 짝이 그러하듯

어린 아이의 눈물이 그러하듯 


도착지가 어딘지 아무도 모르니 언제나 반환점을 돌아온다.


잡림목의 숲에서 이름 모를 새가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그 일이 또 서러워 꺼이꺼이 울었다.



작은 풀꽃이 야들야들 흔들려도

잘 가꾸어진 정원수 아래에서 예쁜 것을 안다.


당신곁에서 빛나던 모든 것들이

그런 것들이 되어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살아도 죽은 것 처럼 거죽만 곁에 남아 맴돈다.


태어날 때부터 가져 본 적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이제는 부를 일 없는 당신 이름을 또박또박 써 붙여둔다.


그렇게  집 안의 모든 것이 소멸시효가 지나도 생생하게 살아 펄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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