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시작했을 즘에, 민성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자?"
"응. 자."
"저번에... 바다 보러 갔던 거. 기억나?"
"기억 나지. 그 밤에 바다 보자고 차 렌트해서 달려갔잖아."
"맞아. 해변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불꽃놀이는 아무리 불붙여도 반응도 없고......"
민성이가 말하다 말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도,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민성이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보러 갈래? 공항 근처에 을왕리 있잖아."
"정말?"
*
다음날, 우리는 아침이 훌쩍 지나서야 눈을 떴고,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는 해변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서, 민성이는 한참 동안 창밖 어딘지 모를 곳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민성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민성이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져, 민성이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다 왔다. 내리자.”
“일찍 도착했네.”
도착한 해변은 내 예상보다 더 아름다웠다. 바다에 햇빛이 비치어, 물결이 눈부실 정도로 반짝였다.
나와 민성이는 손을 꼭 잡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민성이가 가방에서 필름 카메라를 꺼내 나를 찍기 시작했다. 두 달 전부터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던 민성이었다.
"인화는 안 해? 저번부터 열심히 찍더니만."
"한 번에 모아서 하려고. 거기가 훨씬 싸대."
"뭐야, 그럼 나는 못 보잖아!"
"가서 소포로 보내줄게."
"참나~ 그럼 선물도 같이 보내라."
그 말에 민성이는 피식 미소를 짓더니, 다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민성이의 미소가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일루와. 같이 찍자.”
"그럴까?"
민성이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우리는 바닷가에 가만히 앉아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슬며시 민성이를 보았다. 민성이의 표정엔 많은 생각이 담긴 듯 보였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 다시 바다를 보았다.
그때, 민성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누나."
"응?"
"긴 시간이겠지만... 기다려줄 수 있어?"
민성이는 결국 그 말을 꺼냈다.
내가 가장 자신 없는, 가장 방법을 모르겠는 선택지.
난 민성이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싶었다.
"소포?"
"......"
"해외 배송이면 엄청 늦게 오겠네."
"그 말 아닌 거 알잖아......"
"민성아. 우리 보나 마나 지지고 볶고 싸울 거야... 그러면 우리... 남보다 못한 사이로 끝나는 거야."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잖아."
해보지 않아도 안다. 누가 봐도 뻔히 나와 있는 결말이다.
내가 말이 없자, 민성이는 격앙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누나 말대로 우리가 사귀는 사이가 아니면,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지내면,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거야?"
"뭐?"
"...이건 그냥 우리 상황을 회피하는 거잖아."
회피?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민성이었다. 난 어떻게든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런데 그게 회피라고? 내 마음을 하나도 몰라주는 민성이에게 화가 났다.
"그게 되는 거였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