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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 민성이를 꽉 안았다.
그러자, 민성이도 내게 안겨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민성이의 눈물이 내 목을 타고 흘렀다. 뜨거웠다.
"괜찮아. 누나 어디 안 가. 다녀와서 또 만나면 돼. "
그렇게 우린 한참을 안고 있었고, 민성이도 이내 진정이 된 듯, 나를 보고는 민망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민성이의 미소는 언제나 예뻤다. 그리고, 민성이의 눈에 비춰진 애써 웃는 내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만큼은... 민성이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내일 몇 시 비행기였지?"
"오후 여섯 시 반. 왜?"
"그때까지 나랑 하고 싶은 거 있어? 누나가 다 해줄게."
그 말에 민성이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내 말에 의심이라도 하듯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정말 다해줄 거야?"
"...뭐길래 그래?"
그러자 민성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내 손을 꽉 잡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나랑 다시 만나줄 수 있어?"
"...어?"
"비행기 타기 전까지만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민성의 말이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분명 쉽게 이런 말을 할 민성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내가 마음을 절제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우리 관계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면서... 그렇게 다시 만나고 떠나버리면,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마지막 날에 와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그러자, 민성이도 답답한 듯 격앙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누나 말대로라면, 우리 쉼표는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우리 아직 제대로 정리 안 됐잖아."
"...그래서?"
"남은 감정, 못 한 말... 다 하고 쉼표 찍자. 내일 하루면 돼."
민성이의 표정엔 많은 생각이 담긴 듯 보였다.
분명 감정에 휩쓸려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민성이 말이 맞았다. 우리가 아무 사이가 아니게 된 이후로도, 민성이가 내 마음에 없던 날이 하루도 없었다.
그 때문일까. 분명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이 하루 때문에 민성이를 마음 편히 보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난 민성이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이 순간에 후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만이야..."
그런 내 대답에, 민성이도 놀란 듯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키스... 해도돼?"
"...키스만?"
민성이가 순식간에 나를 껴안고는 입술을 들이밀며 내게 말했다.
"사랑해... 진짜 너무너무 사랑해..."
"정말?"
"나 진짜 너무 말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어."
"...나도 사랑해."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
말하고 나니 왠지 부끄러워 민성이의 눈을 피했다.
민성이는 내 가운을 벗기더니, 내 눈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민성이의 볼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
"그걸 말이라고 해?"
민성이는 온 힘을 관계에 다 쏟았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항상 내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기 싫은 듯 말이다. 난 그런 민성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민성아, 사랑해."
그렇게, 민성이와 나는 서로의 감정을 나누었고, 관계가 끝난 후, 나는 살포시 민성이의 품에서 떨어져 민성이를 바라보았다.
"잠시만 이러고 있자."
"좋아."
민성의 눈에 가득 담긴 내 모습.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함께라는 것이 너무 좋아 민성을 꽉 끌어안았다. 시간이 조금만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