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by 김명구


*

잠에서 일어났을 때, 숙취가 밀려왔다.

그리고, 어제의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진심을 밖으로 꺼낸 것에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살짝 눈을 뜨자, 민성이가 먼저 일어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민성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우리 사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 일은 너무 취해서 그랬다고, 없던 일로 하자고 해야 할까?

아니면... 끝이 어떻든, 끝까지 만나보자고 해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할 게 눈에 보여 무서웠다.


그때, 민성이가 내 옆으로 와 나를 껴안았다.

그제야 내가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민성아"

"응."

"이대로만 내 곁에 있어 줄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지금처럼 말이야. 아무 사이도 아닌..."


민성이와 끝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내 옆에 없을 때 끝을 보고 싶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만 있다가, 다녀와서도 같은 마음이면... 그때 다시 보자. 어때?"


민성이는 한참을 말이 없다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말했다.


"... 누나만 좋다면 난 괜찮아."


우린 퇴실 시간이 될 때까지, 서로를 가만히 끌어안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

사귀지 않는다면, 헤어짐도 없는 거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면, 아무 일도 없는 거니까.

지금이라도 우리 감정을 잘 봉합하고 묻어두면...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때 꺼내 볼 수 있을테니까.


“사랑해.”


가끔 서로가 감정에 휩쓸려 선을 넘어도, 우리는 서로를 위해 다시 선 안으로 들어왔다.


*

언젠가부터 민성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내게 자주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민성이겠지.

그게 참 고마웠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민성이도 이런 관계가 괜찮다는 듯 날 대해줬으니까.


하지만, 그럴싸한 내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간직하고 싶던 감정은 겉잡을 수없이 커졌고, 내 마음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마음을 지켜보려 노력했다.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

결국, 민성이가 내 곁을 떠나는 날에도, 난 민성이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민성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그제야 내 선택에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울지마. 우리 아무 일도 없잖아."

"아무 일도 없는 게 당연하지. 아무 사이도 아닌데.“


내일이면 민성이가 내 곁을 떠난다.

싸구려 모텔에서의 하룻밤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난 민성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힘들어하는 민성이 앞에서,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사실, 마지막이란 게 누구보다 싫은 건 나였다.


"미안하단 말, 안 하기로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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