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
그 때햇빛은 담장을 타고 흘렀지만너는 주로그늘진 쪽에 앉아 있었다
말없이두 손을 배 위에 얹고 있던 너를나는비껴보듯 지나치고 말았다
늦은 오후처럼나는 길게 따라오던 그림자였고너는 자꾸햇빛을 등지고 있었다
지금도그날의 너를 떠올리면나는 그림자 바닥에 기대어조용히 몸을 웅크린다
부디, 우리의 그림자 가운데 다시 햇살이 머물기를.
쓰는 사람. 마음을 쓰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이야기 듣는 일을 하면서 마음을 일렁이는 일상과 작은 생각을 소분합니다. 많은 것들에 미안해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