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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햇볕

#721

by 조현두

어떤 빛은

피부보다 마음에 먼저 닿는다


그늘이 깊은 사람에게

더 오래 더 조용히

빛은 그렇게 내려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어디가 식었는지

무엇이 무너졌는지


햇볕은 얼굴을 보지 않았다

등을 감쌌다

무릎을 데우듯 아주 조용히


한 여자가 있었다

웃는 법을 잊은 입매

감은 눈 속에 움튼 봄


햇볕은 곁에 앉았다

묻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았다


얼룩진 화분에선

흙 냄새가 났다

금 간 잔은 따뜻해졌다


무엇도 증명하지 않은 채

존재만으로 옳았고

그녀는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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