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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그리워하지 마세요

#720

by 조현두

당신이 떠난 그날,

나는 울지 않기로 했습니다.

눈물이 마르면 마음마저 말라버릴까 두려워

대신 햇빛을 들이마셨죠.


삶은 여전히 바쁩니다.

새벽엔 바람이 분다며 잠에서 깨고,

낮에는 이름도 모를 꽃이 피었다 지곤 해요.

그 안에 당신의 그림자는 없습니다.


나는 사랑하며 삽니다.

다시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고,

다시 무언가를 위해 손끝을 씻고,

다시 매일을 준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잊은 건 아닙니다.

잊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오래 그리워하진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움이 오래 머물면

내 안의 사랑이 쉬어버리기에,

그리움이 나를 다 잠식하면

내가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미안해질 테니까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당신은 나의 봄이었고

나는 지금,

당신이 바랐던 계절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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