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부재는 마음을 완성하고

#730

by 조현두

너는 언제부턴가

내게 오지 않았고

나는 그 사실을

어제쯤 알았다


해변에는 물비늘도 없이

바람만이 허물어졌고

어느 틈에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내가 한때 머물던 그 바다는

너의 기억엔 남지 않아야 했다

조금의 소금기도, 물살의 무늬도

너를 적시지 않으려던 마음뿐이었으니


말이 없었다

소리도 없었다

파도도 오지 않았다

닿을 듯 말 듯 물러섰던 모든 것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자리


나는 그제야

내가 물이 아니라

이 바다를 다녀간 적 없는

조용한 기척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날 이후로

너의 계절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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