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붉음에 앞서

#769

by 조현두

햇빛이 유난히 부드럽던 날이면

색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옅어지는지

먼저 떠오르곤 했다

붙잡아두려 했던 마음들도

금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때


말없이 단단한 붉음 하나만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 머물렀다

마치 꽃이라기보다

묵은 생각의 한 귀퉁이에 남아

나를 다독이던 온기 같은 것


계절은 제 할 일을 하듯 바뀌고

사람들도 그 흐름을 따라 걸어갔지만

나는 그 와중에

문득 너를 불러오는 빛을 떠올렸다


그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조용히 익어가던 날들

그 틈 속 말로는 다 닿지 않는 자리에

뜻을 알기도 전에 먼저 떠오른 말


나는 겨울이 아닌 계절에도

동백이 보고 싶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게 사랑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