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올해 작은 다이어리를 사더니 밤만 되면 무언가 빠져들어가듯 적어나갔다. 함께 사는 남자는 여자에게 밤에 대체 무얼 그리 적냐고 물었다. 피곤하지 않느냔 순한 물음엔 몰이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서 뭉특하지만 날카로운 물음, 그 물음에 여자는 펜을 끄적이는 일을 잠시 멈추고는 남자를 바라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몇년 간 어린 아이를 돌보며 빼앗긴 시간을 되돌려 받는 기분이라서 당분간 이럴 것 같다고 말이다. 여자는 다시 자기의 시간을 사랑하려고 배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