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끝은 언제나 헤어짐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서 사랑한다구요
그러니 헤어지는 일을 너무 슬퍼하진 말라고
꼭 그 말을 들으니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 사랑하는 듯하여
더 슬퍼만 집니다
몽글몽글 하얗게 피어오른 구름은
파아란 하늘로 서럽게 흩어지고
밤바람 사이에 투박하게 춤추는 배롱나무는
허연 달빛 아래
순박한 자주색 꽃을 터뜨리지만
우리는 헤어지는 듯 사랑할 뿐이라니요
참 믿지 못 할 말입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말입니다
여름밤 풀벌레 소리가
처연하게 들리는 까닭은
사랑이 애처로워서가 아니라
영원할 아름다움에 취해서라고요
나는 여름날 늦은 저녁 샛별과 노을을 담아
창틀에 쌓인 먼지 사이로 담담히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