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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Aug 19. 2024

가로등 반짝이는 강둑 위에 쓴 편지

#565

바람이 흐르고 이내 강둑을 채웠던 물은 무정히 흘러갑니다

떠나는 것을 애도 할 시간도 거두어서 말이지요

강물은 어디로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볼 생각도 없는 것일까요

가만히 걸음을 멈추어 흐르는 물살을 봅니다

슴슴하니 멋 없는 바람만 흐르는 물 소맷자락을 가로등 불빛으로 쥐고 있습니다


강물이 멈춰설 곳 없듯 우리는 그래서 서로에게 기대었나봅니다

덕분에 살아가는 일은 마주한 자유를 사랑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배운 것 하나는

그리워하는 법이 아니라

오래 이별하는 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강가로 다가가 이 편지를 흘려보냅니다

당신이 볼 수 없게

그렇지만 

어디서든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게

바다가 시작되는 이 곳에서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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