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3
벌써 9월이 되었습니다
나는 올해 무엇을 하였을까요
제대로 해낸 것도 없이 삶에 깔리지 않기 위해
두 발로 뛰어 발자국 남기기 바쁘기만한 삶
고단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일기예보에서 알려주지는 않지만 가을장마인가 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겨울은 멀었고
치열하던 여름은 아직 내 곁에 있지만
나는 더 이 계절을 버티어낼 자신이 없네요
희뿌연 하늘 느슨한 바람 사이로
소리 없는 빗줄기만 하나 하나 내립니다
왜 장마는 나를 또 스쳐지나는지
여리고 선한 바람 기다리던 마음은
또 놀라서 여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멀리가지 마십시오
겨울이오거든 우리는 같이 있어야 하니까요
지키지 못한 약속은 채무가 되었습니다
가을장마의 희미한 물살에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여도 내가 기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