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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루코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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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코집사 Oct 03. 2022

너의 이름은

비루코 12화



이제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으니 고양이를 부를 이름이 필요했다.

고양이 하면 '나비'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왜 고양이 이름을 '나비'로 지었을까.

옛날에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 '도그'였던 것과 비슷한 걸까.


고양이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양이 이름을 검색해보니

대개 두 글자의 쉬운 이름들이 많았다.

특히 호두, 두부, 치즈, 율무 같은 음식 관련된 단어 이름들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음식 이름을 지어야 오래 산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흔한 단어로 이름을 지을 경우

혹시나 그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 남은 보호자들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흔한 단어로

이름 짓지 마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누구나 쓰는 이름은 쓰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에게 딱 어울리면서도 독특하고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남편은 한창 90년대 노래들에

꽂혀 있었다.

우리 집에서 나름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작명가로

활약 중인 남편은

"비쥬"라는 이름을 내놓았다.

비쥬는 90년대 후반 남녀 듀엣의 이름이었다.

'Love Love', '누구보다 널 사랑해'

꼭 다람쥐 같은 귀여운 여자 보컬이 기억에 남는다.

찾아보니 비쥬(bijou)는 프랑스어로 '보석'이라는

뜻이란다.


보석같이 예쁜 비쥬.

고양이를 이제 '비쥬'라고 부르려고 보니

고양이의 커다란 눈과

하늘색과 연한 녹색이 어우러진

에메랄드빛 눈망울이 정말

보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너무도 생소하고 입에 잘 달라붙지 않는

단어라 어색했지만

계속해서 입 밖으로

'비쥬, 비쥬야~'하고 부르니

처음부터 비쥬는 비쥬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석공들이

'바위를 깎아 부처님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바위 속에 있는 부처님상을 꺼낸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처럼

이름을 지어주기보다

태어날 때부터

'비쥬'인 고양이의 이름을

찾아준 것처럼.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진

고양이는 그저

길에서 볼 수 있는 길고양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을 불러주자

고양이는 나에게로 와서 

보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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