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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루코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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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코집사 Oct 14. 2022

모두 다르다

비루코14화


고양이도 사람도 모두 다 다르다.

나의 무지로 인해 비쥬에게 했던 실수들을 살펴보자면,


1. 산책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의 경우는 

자신의 공간에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산책을 시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산책을 통해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에 고양이가 놀라 도망가거나

숨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집사들은 산책을 시키지 않는다.

굳이 산책을 시키고 싶다면

같은 공간을 하루 네번 이상 산책 시키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순찰의 개념. 


산책이 꼭 필요한 개와 달리 대부분의 경우 

고양이에게는 산책이 필요하지 않음을 명심하자!

(잔뜩 얼어 조심조심 움직이던 비쥬의 모습을

바보같은 집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종종 산책 나온 개들을 보면

비쥬가 비, 눈, 낙엽, 풀, 벌레 등 이런 것들을 더이상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한 생각이 든다.

가까운 미래에 꼭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비쥬에게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누리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2. 강아지풀


비쥬는 강아지풀을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번번히 토를 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은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집사의 무지가 가장 컸다.  

도심의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의 경우 병충해 예방차원으로

수목 소독을 실시하기 때문에 비쥬에게 가져다 준 강아지풀에도

그런 약이 어느정도 뭍혀있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왠만하면 숲속 깊숙한 곳의 강아지풀이나

 직접 재배(?)해서 먹여야 한다.

종종 고양이용 캣잎이나 귀리, 보리 등을

키우는 키트들이 잘 나와 있다. 

 하지만 유독 나는 그런 걸 잘 못키운다. 키우더라도 뿌린 것에 비해 

자라는 아이들이 몇 포기 되지 않는다...


3. 사료


'집사들의 유목민 생활'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동물들은, 특히 길에서 태어나고 자란 길고양이인

비쥬의 경우는 뭐든지 잘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비쥬에게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었고

마지못해 먹는 것이 있었다.

영양학적으로도 좋고 좋은 재료과 위생, 거기에 가격까지 비싸면

다 먹을 줄 알았다. (사람의 경우 맛은 없더라도 비싸고 몸에 좋으면 먹지 않는가...ㅜ.ㅜ)

하지만 다수의 고양이가 먹는다고 내 고양이가 먹는 건 아니였다.

특히 물을 잘 안먹는 고양이의 경우 습식사료를 주는 것이 중요한데

먹기 싫다는 의미로 사료 앞에서 모래로 덮는 시늉을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영양학적으로도 좋고 가성비 좋고 무엇보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괜찮은 습식은 정말 만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딱 맞는 캔을 찾지 못해 정착하지 못하고 

내 고양이에게 맞는 캔 찾아 이 캔 기웃, 저 캔 기웃하는 유목민 생활을 하는 것이다. 

습식사료의 경우 캔이 아닌 실제 고기와 영양제를 섞어 만든 습식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그것 역시 업체에서 만든 경우와 집사가 직접 내 고양이에게 필요하고, 내 고양이가 좋아하는 

고기 위주의 습식을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 


나의 경우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을 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안먹는것보다 먹는게 나으므로 

좋지 못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도 먹일때가 종종 있다.

찔끔 맛만 보고 팽당하는 캔들을 보며

억장이 무너지지만

다시 새로운 캔들을 탐색하고 비교하고 또 장바구니에

담는다. 



4. 모래


모래가 이렇게나 중요한지 몰랐다. 

화장실에선 가장 저렴한 화장지를 써도 되지만 

큰일을 보고 난 뒤 그다지 유쾌한 느낌을 받지 못하는 거랑 비교해도 될라나?


사람도 고양이도 먹는것도 중요하지만 잘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감한 고양이의 젤리가 모래를 밟을때의 감촉, 

탈취력을 높이기 위한 인공향에 대한 호불호,

그리고 응고력, 먼지발생도, 가격 등 고려해야 할 상황들이 많다. 


비쥬도 아무 문제 없다가 계속 눈물을 질질 흘리더니

급기야 눈을 제대로 못뜨는 애꾸눈이 되어있었다.

원인을 모르다가 모래를 바꾸고 나니 애꾸눈은 사라졌다. 


5. 사냥놀이


개에게는 산책이 필수이듯 고양이에게는 사냥놀이가 필수다. 

세상 도도한듯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있을 것 같은

고양이도 사실 사냥놀이, 빗질, 집사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게 충족이 되지 않으면 고양이도 우울증에 걸린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혼자만의 시간도, 다른이와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람외에는 다 같을 거라 생각했을까. 

왜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하려 했을까.

상대가 동물이든 사람이든 상대를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노력하는 일은 즐겁다.

상대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 노력은 

또 할만한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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