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코16화
비쥬가 임신이라니...!
의사선생님께 그 말을 듣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다.
귀한 아깽이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보다도
임신한 고양이와, 출산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보다도
눈물부터 났다.
힘든 길생활을 겨우 접고 이제 낯선 우리들과 생활한지
겨우 한달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임신이라니...
우리 가족과 정도 더 나누고 이쁨도 받고
재롱도 피우고 애교도 부리고
늘 주위를 경계하며 긴장 속에서 살다가.
배고픔과 추위와 더위에 늘 노출되어 있다가
이제 겨우 마음 편히 안정된 곳에서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임신이라니....
이불 속에 있을 때 꼭 안아주면 이불 속에서 예쁘게 대답하던 비쥬.
이불 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는 걸 가장 좋아하는 비쥬.
아직도 이렇게 비쥬는 어린데 엄마가 되어야 하다니...
비쥬가 너무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눈물이 계속 났다.
그런데 나는 왜 이다지도 마음이 아리도록 슬픈것일까.
그건 아마도 비쥬에게서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또래에 비해 너무 이른 나이에 혼전임신으로 일찍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암담함, 충격, 좌절 등
어린 내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그때의 그 감정들이
하나하나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니 전에 주문했던 인식표가 도착해 있었다.
마치 축하 선물인것처럼.
그제서야 울어주기만 했지, 진심으로 축하는 해주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엄마가 된다는 건 분명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새로운 생명을 품는 건 누구나 쉽게 되는것은 아니다.
분명 기쁜 일이고, 축하받을 일이다.
다만 길고양이의 경우 처음 짝짓기경험은 거의 나쁜 경험이라고 한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비쥬는 안쓰러운 존재가 아니다.
비쥬는 충분히 잘 먹고 두손 두 발 들고 배를 뒤집어서 잘 정도로
편안하게 잘 지낸다. 그거면 된다.
비쥬야, 진심으로 축하해!
앞으로 우리 출산준비 잘하자.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