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는 ‘저탄소 쌀’을 알게 되었습니다. 탄소발자국 측정 결과에 따르면 쌀 1kg을 생산할 때 4.45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쌀 1kg 생산 시에 벼의 농사 과정에서 3.55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정도로 쌀은 농사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큽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논에서는 온실가스 중에서 메탄(CH4)이 발생합니다.벼는 농사를 지을 때 논에 물을 가두어 농사를 짓게 됩니다. 그런데 논 물속에는 산소가 부족하기에 토양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세균이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메탄은 여러 가지 온실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보다 24배 정도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입니다. 그렇기에 논이 물에 차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메탄의 배출량을 증가합니다. (brunch에서는 하첨자가 안 써집니다 ㅜㅜ)
둘째, 논에서는 온실가스 중에서 아산화질소(N2O)를 발생합니다. 비료의 주성분 중 하나가 질소(N)입니다. 질소 비료는 작물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논농사뿐 아니라 밭농사에도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질소 비료는 질산화(Nitrification)의 과정을 통해 아산화질소로 변합니다. 아산화질소는 여러 가지 온실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보다 310배 정도 온실가스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입니다. 그렇기에 질소 비료의 사용이 증가할수록 아산화질소의 배출량은 증가합니다.
국내에는 이런 점을 착안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저탄소 쌀을 판매하는 땡스카본(Thanks Carbon)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들의 기술은 벼의 재배 과정에서 굳이 논에 물이 필요 없을 때 물을 빼서 메탄의 배출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물이 빠져 있는 시간만큼 온실가스의 배출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다만, 쉬운 것 같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벼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벼의 생산 전 과정에서 벼와 물의 상관관계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감축량에 대해서 측정도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측정해야만 실제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탄소 쌀을 ‘쿨미’라고 합니다. 땡스카본은 BC카드와 협력 아래 전라남도 해남군에 쿨미 시범사범을 2022년에 진행했습니다. 이 사업은 해남군 계곡면 일원 126.6ha에 80여 개 농가가 참여했으며, 여기서 생산된 저탄소 쌀 쿨미가 50톤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쿨미의 주요 품종은 가바, 골든퀸, 예찬 및 백옥향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여 공급합니다.
그렇다면 저탄소 쌀과 기업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기업의 Scope 3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Scope 1, 2와 3으로 나뉩니다. Scope 1(직접배출)이란 기업이 연료(LPG, LNG, 휘발유, 등유)를 직접 사옥이나 공장에서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배출량을 의미합니다.
Scope 2(간접배출)는 기업이 직접 연료는 연소하지 않지만 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배출량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입니다. 발전소가 아닌 이상 기업이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전기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기업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Scope 3(재간접)은 기업이 사업 운영과정에서 기업의 소유는 아닌 대상으로부터 배출하는 배출량입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출퇴근하거나 출장을 가고, 납품받는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생산하거나 운송하고, 기업이 판매한 제품을 소비자가 사용함에 따라 온실가스가 배출되기도 합니다.
쿨미는 바로 기업의 Scope 3 배출량 감축에 기여합니다. 기업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데, 구내식당에서도 쌀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기업에 필요로 하는 쌀의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됩니다. 만약 기존에 사용하던 쌀 보다 ‘저탄소 쌀’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바로 기업의 Scope 3 배출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쿨미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구내식당 1,000명인 기업이 1년 동안 필요한 쌀을 쿨미 쌀로 전환한다면 33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기업은 33톤의 감축 효과가 미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첫술에 모든 것이 배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결국엔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거대 기업인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Google)도 창고에서 처음을 시작했으며, 아마존(Amazon)도 작은 창고에서 시작했으니깐요. 작은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 가는 이러한 기후스타트업을 응원하고자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