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비밀
한 줄 요약: 만남 이후 간단한 메모를 남김으로써 추후 그 사람과 다시 만났을 때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만큼 유대도 깊어진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 관계 관리의 약어입니다.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고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 CRM 구축도 가능합니다. 친밀한 사람과의 만남이나 에피소드를 기록해 두면 차후 이 사람을 만날 때 이전 만남에서 나눴던 대화 주제나 관심사를 떠올려 더욱 친밀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제게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생활이 바빠지다 보니 그 정도 수준에서라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관계입니다. 어쩌다 보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잊혀져 간 인연도 많음을 생각할 때, 40대 이후에도 내 20대 시절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입니다.
며칠 전에 그 중 한 명과 일 년만에 만나 유쾌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일 년 전에 어디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간략히 기록된 것을 한 번 훑어보고 만나니 확실히 어제 만났던 것처럼 대화가 잘 이어지더군요. 상호작용이다 보니 제가 느끼는 제가 느끼는 친밀감이나 관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더욱 깊은 수준에서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인 CRM을 활용하여 이들과의 만남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옵시디언이라는 노트앱을 쓰는 유저이다 보니 관련 영상을 몇 편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인간관계 폭이 그리 넓지 않고 그 중에서도 소수만 개인 CRM에 기록하기 때문에 복잡한 템플릿이 필요치 않습니다. 옵시디언에 CRM 폴더를 하나 만들고 그 안에 만난 날짜와 내용을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는 게 다입니다.
다만 기록 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최대한 기억나는 것을 적는다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이든 자차 안에서든 말이죠. 그래야 만날 때의 생각이나 느낌을 더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방법은 오랜 친구와의 만남을 우리네 기억에 업데이트하는 용도로 쓸 수 있지만, 기혼자라면 와이프와의, 미혼이라면 이성과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 사람이 했던 사소한 말이라도 기억해 주는 거 아닐까요. 메모 한 줄이어도 좋습니다. 관계의 기록을 남기세요.
다 쓰고 보니, 기록의 내용을 떠나서 어쩌면 당신이 한 줄 한 줄 기록을 남긴다는 행위 그 자체가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