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다. (중략) 사적 측면에서는 가장 어두운 밑바닥으로 떨어진 순간에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고쳐 써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동아줄이 되어주었다. - [[에디토리얼 씽킹 (모든 것이 다 있는 시대의 창조적 사고법)]]
이 부분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데 너무나 매력적인 문장이라 한참 동안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미화하거나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경험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더 적응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방어는 갈등의 근원을 창의적으로 재배열함으로써 다룰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행복의 지도]]
조지 베일런트는 인간의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근본적으로 창의적인 것이라 보았는데, 의식적인 수준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삶의 여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와 관련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본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도쿄 공중 화장실 청소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합니다. 주인공의 과거가 어땠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주인공의 대사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가 히라야마의 삶과 내면을 추측하게 합니다.
이동진과의 인터뷰에서 히라야마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는 아마도 과거에 죽을 결심을 했을 만큼 힘들었을 테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돌려 지금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레 주인공의 과거에 연관된 발언을 합니다.
히라야마는 집안에 키우는 식물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자기 전 소설을 읽고, 대중탕에서 졸고 있는 동네 노인에게 부채를 부쳐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면 주인이 그를 반기고, 가출한 조카마저 그에게 오는 걸 보면 정이 많은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다시 고쳐 쓰고 있기에,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하늘에 미소를 보내며 출근할 수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히라야마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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