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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Aug 20. 2021

부럽다는 말은 하는 게 아니다.


“네가 제일 부러워.”

“그래, 여기가 제일 부러워.”


부럽다는 말에 기분이 묘해지는 건 뭘까.

그래 부러워해 라며 깔깔대며 웃지 못하고

여기에 글까지 쓰고 있는 건 내 자격지심일까?


큰아이의 인연으로 친해진 두 가족이 있다.

두 가족은 맞벌이 부부이고 외동아이를 키운다.

우리 가족만 외벌이이고 아이가 둘이다.

예전엔 가끔 이었는데 요즘은 부쩍 많이 듣는 말이다. 서로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내게

부럽다는 말이 날아온다.


그저 공백을 채우려 한 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어마어마한 진심이었을 수도 있지.

중요한 건 듣는 내가 괜스레 미안해졌고 살짝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으며 내 생활의 모든 어려움이 통째로 간과되는 듯하여 언짢아졌다는 것이다.

가벼이 던진 말에 화를 낼 수는 없었으나 내 얼굴은 잠시 굳어졌다.


주부의 어려움을 설명하자면 구차해진다.

과장님, 호봉테이블 인상작업 완료했습니다.

팀장님, 내년 예산안 작업 끝냈습니다.처럼 그럴듯한 명칭을 써서 끝을 맺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마치 고무줄로 만든 사슬 같다.

하나하나 엮여있으면서 질질 늘어난다.


내 남편은 1년 중 구정, 추석 당일 이틀을 제외하고 363일 출근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9년째 쉬는 날이 없다. 남편이 쉬는 날이 없으니 나 또한 9년째 쉬는 날이 없다.

아이들의 육아부터 교육, 체험 등은 모두 나의 차지이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단 한 시간도 양가 부모님을 비롯해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본 적이 없다. 나는 여전히 혼자 운전을 하고 짐을 싣고 아이들을 챙긴다.

부모님의 홈쇼핑을 대신 주문하고 남편의 전자계산서를 발급하며, 아파트 청약을 넣는다.

나는 금방 구차해져 버린 나름 슈퍼우먼이다.


 이따 만큼이나 ! 쉽지 않다니까!


생각해보니 나도 부럽다는 말을 쉽게 한다.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그들의 직업이 부럽고, 온종일 육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점이 부럽고, 출장이나 워크숍 등의 일탈이 부럽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부럽다는 말을 하고 나면 그들은 나를 위로하려는 의도든 그게 다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든 간에 그들의 애로사항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도 않아.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일도 있어.라는 식이다.

  중에  개는  그런 일도 있구나 라며 새로운 사실에 신기해하긴 하지만  부러움을 없애는 데는 턱도 없이 부족할뿐더러 상대방은 괜히 자신의 애로사항을 나열하는 바람에 기분이 다운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서로에게 불편함만을 남긴 대화란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간다.

내가 부러워하는 점이 상대에게는 과거의 희생으로 얻은 것일 수도 있고 현재의 무언가에 대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희생과 그에 상응하는 그 무언가는 사양하고 그들의 부러운 점만 쏙쏙 뽑아 올 수는 없는 법이다.


언니  샀어? 좋겠다. 부럽다!

그래 가져갈래? 할부도 같이 가져가면 .


이제 부러움을 받는 것도, 부러워하는 것도

그만해야  때인  같다.




사진출처 : Unsplash - Sam Man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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