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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May 02. 2024

여우보다 더 뻔한 핑계를 대지 말자

쓰는 사람이 되자

포도가 탐스럽게 열려있다. 여우 한 마리가 그곳을 찾아와 포도를 따려고 한다. 하지만 포도송이는 저 높은 가지에 달려 있어 아무리 높이 뛰어도 닿을 수가 없다. 이윽고 여우는 포도를 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저 포도는 시어서 먹지도 못할 게 틀림없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가버린다. 이것은 이솝 우화의 서른두 번째 이야기다. 이 우화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억지만을 늘어놓은 형태에 관한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는 이 같은 여우보다 훨씬 더 교활한 인간이 있다. 그런 인간들은 손을 뻗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많이 차지할 수 있었던 포도송이에 대해서도 '너무 시어서 먹을 수 없었다'며 거짓 소문을 낸다. - 프리드리히 니체(방랑자와 그 그림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고 글 쓰는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들의 책을 통해 글 쓰는 삶을 들여다보며 지적 수준을 부러워했다.

교양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고 말을 잘하고 싶었다.

탐스러운 포도를 보고 그 열매를 따고 싶어 글 쓰는 삶으로 자청하고 들어갔다.

포도를 따려고 할 때마다 어설펐고 어쩌다 손에 닿을락 말락 한 포도는 쉬 따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포도가 안 따지는 이유가 생겼다.

이솝우화의 늑대보다 더 교활한 인간이 되어 갔다.

24년 1월부터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서 신이 났다.

내가 쓴 글을 보고 감탄도 했고 제일 짜릿했던 점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슴 깊이 똬리를 틀고 가라앉아있던 묵은 체증이  싹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어쩜 이렇게 술술 잘 써질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나의 경험치를 있는 그대로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생각하고 겪었던 사실 그대로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였기에 생생한 드라마 같았다.

초고를 절반 정도 작성하고 있을 즈음 산수 문학회 합평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산수 문학회는 이미 글을 꾸준히 쓰신 분들이 예닐곱 분 계셔서 매달 한 편의 글을 가져와 합평회를 하는 곳이다.

내 글을 읽고 합평회를 하면서 그리고 다른 회원분들의 글을 통해 내 글의 수준을 읽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부끄러웠다.

나의 자신감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글쓰기의 동력을 얻으려고 찾아간 곳에서 글을 쓰지 않는 핑계가 하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때에 맞춰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내가 글을 쓸 수 없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덧붙여지기 시작했다.

결코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의 의식이 이미 무의식을 지배하며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며 대학에서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여성건강간호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새롭게 강의자료를 준비해야 했으므로 강의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적응할 때쯤 나는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고 있었다.

주식투자해 놓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을 들여 좋은 주식을 고르느라 유튜브 보면서 공부할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글쓰기 할 시간은 없었다.

스불축 글쓰기 모임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서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에는 손을 얹지 않으면서 몸으로 하는 달리기에는 마음이 가 달리기만 열심히 했다.

또 마침 내게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식후 한 시간 혈당이 180 이하가 정상인데 거나하게 먹는 점심 식사 후 혈당이 거의 매번 200을 넘어갔다.

몇 날 며칠을 유튜브를 통해 혈당관리 공부하고 식생활 개선하고 신나게 몸 관리를 해 나갔다.

계속 글쓰기 주변의 것들에만 마음을 주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은 찜찜했다.

뭔가 뒤처리를 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오늘 이 시간 글쓰기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나의 행적을 적어보니 마음은 글쓰기에 적을 두면서 언제나 몸으로 행하는 주변의 것들에만 열심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글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지배하면서 이솝우화의 여우보다 더 뻔뻔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하여 끊임없이 달려야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이 힘을 합쳐 합일된 그곳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의식은 앞을 향하는데 무의식은 반대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수많은 인식의 길 위에서 겪을 수많은 부끄러움을 당당히 이겨낼 수 있는 것도 오로지 글쓰기임을 알게 되었다

풀리지 않는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글쓰기다

핑계만 일삼는 늑대보다 더 뻔뻔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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