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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Mar 18. 2016

꽃..

무심코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한참 뒤적거리다 유독 그 사람의 호칭이 눈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흔히 불리어지는 이름 석자가 아니었기에 느낌이 다른 것이었다.

 그 사람이 내 핸드폰을 보고 말한 적이 있다. 
 " 어? 나도 그냥 이름으로 되어 있잖아. 나 이거 싫어, 바꿔줘요! "
 " 음.. 그럼 뭘로 바꾸죠? "
 " 클루가 부르고 싶은 걸로 해요. 이름만 말고, 아무거나.. "
수줍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멋쩍었던 나는 이내 별명을 물어봤었다.. 



 시인 김춘수님의 '꽃'은 일반적으로 애정시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철학적이고 실존주의적이라는 평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난 그렇게 애써 심오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느낌이 와닿는 대로..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후략)..................  -
 
 내가 부르게 된 그 사람의 호칭을 보는 순간, 문득 이 시가 생각났다. 

혹시 그 사람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되고 싶은건 아닐까. 

내게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걸까.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혼자만 다르고 특별하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그 사람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기억의 일반적인 조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의미가 되고 싶은 욕심만큼 그대로 상대방에게 남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그러고 싶다. 내가 그 사람을 부르고, 그 사람이 나를 불러서 서로에게 특별한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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