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거닐다 | 강원매거진 033을 준비하며 - 새로운 발견의 순간들
포남동은 경포 남쪽에 있는 마을이란 뜻에서 '포남(浦南)'이라고 하는데, 본래 옛 이름은 '보람이'로, 이는 '보다 + 남'이라 하여 '남쪽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을'는 의미를 한자화했다고도 한다. 강릉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남대천 하류의 북쪽 지역인 포남동은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강릉부의 읍치 지역과 10여리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강릉 최씨 등 씨족 마을이 형성되었고, 1980-90년대에 걸쳐 도심으로 발전했다. 마을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경포호로부터 물을 대기 쉬어 농경지로 개간하는 데에 유리한 입지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언덕을 살짝 넘어 초당마을 입구를 스쳐 지나 경포호수에 다달았다. 경포동과 초당동의 경계를 지나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뻗은 송림이 펼쳐졌고, 그 옆으로는 개천이 흘렀다. 경포호수를 거쳐 바다로 향하리라. 그동안 경포호 호숫가를 거닐 생각을 단 한번도 못해봤다는게 새삼스러웠다. 산책, 조깅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깔끔했다. 주거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강릉시민들의 이용률은 어느 정도일까?
2018.11.27, cloud.o.cloud ⓒ
호수공원 도로변과 다리 등 조각들이 줄이어 있었는데, 허균의 ‘홍길동전’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조각으로 묘사된 인물들이 직관적으로 매칭되지 못해 몰입도와 공감은 사실 조금 떨어졌다. 살짝 흐린 날씨 탓인지 더 고요하고 은은한 호숫 물이 신비로워 보였다. '경포대에 뜬 다섯 개의 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일행과 산책로를 따라 걸었는데, 과연 그럴만한 전경이었다. 호숫가가 아니라 호수 중앙에 있는 정자로 배를 띄워 나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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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처음 들었을지 모를 사람들을 위해 공유하자면,
"경포대에 오르면 다섯 개의 달이 뜬다.
하나는 바다의 달로 밝은 달이 뜨면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달이 춤춘다. 바다에 달이 비치면 달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 탑 같이 보여 이를 월탑이라 하고, 달이 파도에 비치면 달빛이 파도처럼 부서지는 달의 물결 곧 월파가 생긴다.
둘은 호수의 달로 잔잔하면서도 조용히 일렁이는 호수의 수면을 따라 어른 거리는 달이다. 특히 잔잔하고 맑은 호수 위에 달이 비치면 달빛이 수면을 따라 길게 드러누워 달기둥, 즉 월주가 된다.
셋은 하늘의 달로 바다 같은 하늘의 구름 사이로 들락 날락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가는 달이다.
넷은 경포대에 앉아 풍류를 즐기는 풍류객의 술잔 속의 달로 경포대에 앉아 마시는 술은 술이 아니고 달이다.
다섯은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로 님 보기를 달 보듯, 달 보기를 님 보듯하여 님이 달이고 달이 님이다."
(출처 : '자연과 역사가 빚은 땅, 강릉', 차장섭, 역사공간, 2013, 200p. 중)
예상했었지만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을 겪었다. 송림을 스치며 고요한 호숫가를 감동을 안고 걷는데, 경포호에 비친 불청객이 하나 보였다. 아주 진하게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호텔'이었다. 저층의 건물들로 선을 이루었던 경포해변 스카이라인 한 가운데 대뜸 솟아 오른 빌딩의 매스는 육중한 등대를 두 개 나란히 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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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것만이 랜드마크라면 완벽하게 성공했다. 앞으로 해변 개발 계획이 어떨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천혜자연의 컨텍스트를 망가뜨리며 홀로 감상하지 않고 조금 더 투명하게 디자인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에 비해 1971년 오픈한 호텔현대 경포대에서 2015년 고.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을 기념해 신축 및 재개관한 씨마크호텔은 해변의 중심부에서 옆으로 비킨 작은 반도 언덕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답답함이 덜 했다. 내부 시설 등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다. 두 호텔 모두 인피니티풀을 보유하고 있고 시설도 세계적 수준급인 고급 호텔로 다음 기회를 빌어 꼭 한번 숙박하고 공간을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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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호텔 개발이라는 결과는 국제적이고 경쟁력있는 '생태관광의 메카'라는 구호 아래 2007년부터 본격 경포해변 정비사업의 연속선상에 있다.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경포 발전을 위한 일이라는 최명희 전.강릉시장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2007~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58채의 건물을 허물고, 소나무 400여 그루와 목조산책로 데크를 설치했다. (참고 : 경포해수욕장 확 달라졌네, 중앙일보, 2008.6.24.) 해변이 더 넓어지고 경포해변의 경관 또한 좋아진 모습이 되었다. 또한,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호텔 등의 개발이 가능한데에는 평창올림픽 특별구역 설정이 컸다. 도시계획상 묶여 있던 제한을(용적률 등) 완화해서 지상 20층, 538개 객실 규모 개발이 가능해 졌던 것이다. (참고 : 올림픽 특별구역 강릉문화올림픽 종합특구, 강릉시 홈페이지)
경북 포항에 지낼 적에 살고 있는 집에서 차로 5분 정도만 나가면 바닷가였다. 설계스튜디오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던 중 답답할 때면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가에 서서 파도소리를 한참동안을 듣다가 돌아오곤 했다. 바다때문에 포항에서 계속 살까 생각했었던 때도 있었다. 그렇다.
바다는 늘 옳다
2018.11.27, cloud.o.cloud ⓒ
경포해변 모래사장에 발을 옮기고 일행들은 각자 말없이 파도치는 바다 앞으로 나아가 파도 앞에 멈춰섰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를 시간정도 명상에 잠겨보았다.
씨마크 호텔이 위치한 언덕에 잠깐 올라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감상하다 초당마을로 들어왔다. 이 모든 게 도보로도 충분히 가능한 거리였다. 강문해변에 바로 인접해 강릉의 명물 '초당순두부' 공장이 위치해 있다. 과연 바닷가에서 직선거리로 300미터가 안 되는 거리에 자리를 잡아 해수로 순두부를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1983년에 설립했고, 1993년에 강문동에 위치한 공장으로 이전하여 2007년 비교적 최근에 제2공장을 추가로 준공했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 들어간 곳은, 강릉 동화가든. 이곳은 젊은 층을 겨냥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짬뽕순두부(a.k.a. 짬순)으로 다른 지역에도 유명한 곳이다. 교동짬뽕과 협업한 것이 아니고 자체레시피 짬뽕을 만든다고 한다. 전혀 맵지 않고 적당히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매력적이었다.
짬뽕순두부, 2018.11.27, cloud.o.cloud ⓒ
이어서 맛본 모두부! 말그대로 두부 한 모가 나온다. 한 모 크기가 꽤 두껍다!!, 2018.11.27, cloud.o.cloud ⓒ
이것이 진짜배기 초당순두부다. 2018.11.27, cloud.o.cloud ⓒ
갓 대학을 들어간 순진한 학생일 적인 15년전 동해안 여행을 홀로 한 적이 있다. 그 때 경포해변 인근 식당에서 주문했던 초당순두부에는 양념장이 같이 나왔었다. 당시 생소했고 어떻게 먹는지도 잘 몰랐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맛본 초당순두부는 고소했다. 해수에서 적당한 간을 낸 것일까? 양념장에 찍어 먹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두부는 완전식품이라 불리우는 콩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공장에서 또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국민 음식이다. 강릉 초당순두부만의 매력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씨마크호텔에서 바라보는 경포해변, 2018.11.27, cloud.o.cloud ⓒ
아마도 이방인들이(특히, 서울에서 온 사람들) 가장 자주 접하는 경로일거라 추측되는 경포호, 경포해변, 강문해변, 초당순두부마을을 따라 거닐어 보았다. 의외로 처음 가본 곳도 있었고, 새로운 발견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동행해 준 사람들 덕분에 강릉의 지도가 머릿속에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하기도 한, 짧은 시간을 꽉꽉 채운 귀한 탐방이었다. ¶
#강릉 #033매거진 #033life
(커버 사진 : 강릉 경포호숫가, @181127, cloudocloud)
_강릉거닐다 또다른 이야기
_참고 :
씨마크 호텔 : http://www.hyundaihotel.com/seamarq/
골든 튤립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 http://www.gtskybay.com/web/main/
참고 기사 : 북측, 밥은 '씨마크', 잠은 '스카이베이'는왜? / 강릉 스카이베이호텔 / 호텔이 관광상품이 될 것 / 호텔리어의 삶, 골든튤립스카이베이 총지배인 이헌민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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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최성우 | cloud.o.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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