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단상# @2023.01.24
쨍그랑
냉장고 문을 닫는 진동에 기대어 놓은 선반 위의 컵이 떨어져 깨졌다.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던 거겠지
유리를 깨뜨린 건 이 집에선 처음이었다.
산산조각이 났고 그 여파는 꽤 넓은 범위에 퍼져 있었다.
안경을 찾아 끼고 나서야 반짝반짝 조각에서부터 가루 정도 크기의 친구들의 손짓이 보였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정신이 번쩍 들긴커녕 다시 힘이 쭈욱 빠졌다.
탁탁탁
튀어 오르는 소리가 잦아들고 (팝콘이었다.)
한참을 돌아가고 있던 전자레인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조리 시간을 재차 확인하지 않았던 것
원래 권장 시간의 2배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 시간을 다 채우진 않았지만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흔적가 지웠지만, 여전히 탄내와 함께 그날의 기억이 남아 있다.
이틀 연속으로 이게 무슨 일이람,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새해 둘째, 셋째 날의 일이다.
그때의 사진은 남아 있지 않다.
#어떤 날의 단상 by cloud.o.cloud
202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