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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Jun 18. 2024

등록한지 20일 만에 헬스장이 폐업했다_5.

5월 29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슬로우 다이어트

5월 다섯째 주(5월 26~5월 31체중 변화:

68kg ---> 67.4kg (0.6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월 2~5월 31):

69.5kg----> 67.4kg (2.1kg 감량)

※ 5월 31일까지 감량 목표: -1.6kg(목표 달성!)            


   




◩ 5월 29일 수요일     


아침:

참치죽

올리브유 토마토

아메리카노


점심: 

김치칼국수

달달이 커피


저녁(18시 이후):

안 먹음  



참치죽, 올리브유 토마토, 아메리카노

    

김치칼국수






운동 1.. 도보 30


운동 2.. 모닝 스트레칭


운동 3.. 헬스

            러닝 40, 167kcal

            아령(덤벨) L3kg / R3kg  10회 3세트 + 3세트

            자전거 15, 182kcal

            파워 벨트 마사지 

            거꾸리 

             *349kcal     









아침 공복 체중.. 67.5kg     



 


◉ 짧은 만남깊은 마음긴 안녕     


어제 D 헬스장에서 A 헬스장 등록 안내 문자를 보냈다. 


- 안녕하세요, 회원님. D 헬스장입니다. 


A 헬스장으로 이동하시는 분들께 이용사항 공지해 드립니다.      


A 헬스장 이용은 6월 1일부터 가능합니다. 다만, 6월 1일이 주말이기에 응대 가능한 직원분이 적어 혼잡할 수 있으므로 5월 29일부터 방문하여 미리 등록이 가능합니다. 휴회 및 양도 등 여러 제도는 A 헬스장 방침에 맞춰 변경될 수 있으며 변경 내용은 등록 시 안내 예정입니다. 


<A 헬스장 운영시간>

평일: ○○:○○~○○:○○

주말: ○○:○○~○○:○○

정기 휴무일: ×    

 

D 헬스장을 끝까지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신 고객님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불편함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D 헬스장 되겠습니다.     


      

◉ A 헬스장 등록


같은 날 A 헬스장에서도 A 헬스장 등록 안내 문자를 받았다. 내일은 일이 있어 헬스장에 못 갈 거 같고, 오늘 일 보러 나가는 김에 A 헬스장에 가서 등록을 마쳤다. 접수를 도와준 직원의 안내로 간단하게 시설을 둘러보고 나왔다. 


새로운 학교의 전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운동하는 회원들 틈을 지나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긴장감과 약간의 두려운 마음에 기구들을 제대로 훑지 못한 거 같다. 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기구들에 압도당하면서 걷는다. 복도에 길게 배치된 라커들을 보니 낯선 장소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다. 


또다시 적응해야 하다니.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일주일? 이주? 파워벨트 마사지가 있었던가? 거꾸리는? 레그프레스니, 힙쓰러스트니, 펙 덱 플라이 머신이니 펜듈럼 스쾃 머신이니 하는 세련된 기구들은 나는 됐고 나는 거꾸리랑 파워벨트 마사지가 있었으면 하는데. 못 본 거 같은데, 있겠지? 저 많은 기구 중 그거 하나 없진 않겠지.     


 

◉ D 헬스장에서의 마지막 운동


D 헬스장의 영업은 30일까지다. A 헬스장 이용은 6월 1일부터다. 원래는 헬스장 마지막 영업일인 30일까지 D 헬스장에 운동하러 갈 작정이었는데 내일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갈 수 없게 됐다. 어제는 헬스장 입구에 수건 묶음이 쌓여있었다. 옆 동네 지점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고요한 부산스러움이 D 헬스장을 정리하는 것을 오감에 담는다.


내일 나오지 못하는 나에겐 오늘이 D 헬스장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할 때 한 달씩 결제할까, 고민했다. 6개월 등록조차 고민했다. 끈기 있게 다니지 못하고 몇 번 나오다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있었다. D 헬스장이 아니었으면 진짜 벌써 그만두고 다시 운동과 담을 쌓았을지도.


그러면서 미세먼지 안 좋은 날은 날씨 핑계로 운동을 미루고, 

집에서 홈트 한다면서 기지개나 펴며 운동하는 시늉 일이 분하다가, 

이만하면 몸을 꽤 움직인 거 같으니 뭘 좀 먹어도 될지 몰라, 하며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타고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웃으며 안녕, 하는 이별을 하기 위해 헬스장에 갔다. 평소처럼 러닝 머신을 하고,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신 뒤 아령을 들고 팔운동을 한 다음, 자전거에 앉아 15분 세팅을 하고 하체 운동을 했다.

자전거 운동이 끝난 뒤엔 곧바로 파워 벨트 마사지를 하며 등살과 허리살을 흔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거꾸리에 누워 눈을 감고 깊은 우물을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아래로만 향하는 내 혈류들에게 잠시 중력을 거스르게 해주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는 동안 천천히 헬스장을 눈에 담았다. 


매일 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뚝심의 기구들과 꾸준히 뵙는 회원님들의 운동하는 모습과, 열린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블라인드와, 지루한 운동을 잊게 해주는 신나고 빠른 음악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정수기와, 아무도 사용하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단백질 음료가 가득 채워진 미니 냉장고와 전면의 통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나무 정수리와 언뜻 한강처럼 보이는 호수와, 헬스장 아래 널따란 광장 벤치에 앉아 있거나 서성거리거나 광장을 가로지르는 사람들. 


고작 한 달도 안 다니고선 무슨 청승인가 싶을 만큼 나는 이 순간을 담고 있다. 


또 떠나간다. 멋진 순간들이 떠나간다. 자꾸 지나가 버린다. 매일 조금씩 멋진 것들과 이별하고 있다. 우울감과 별개로 상실의 슬픈 감정을 꾹꾹 누르며 순간이 모인 끝에 다다를 조금씩 적어지는 순간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언젠가 마주할 마지막 순간에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떠나가는 것을 잡지 못하는 아쉬움을 욱여넣듯 눈과 마음에 담아둔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깊이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 정도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3년 만에 끝났다면, 3년 안에 사랑이 식었다면,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걸 부를 다른 명칭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뜬금없지만, 이십 년이 지났어도 나는 케이를 좋아한다. 미운 적도 있었지만,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래 좋아하는 마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는 마음이 사랑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      



◉ 짧은 만남깊은 마음긴 안녕


우리 동네 첫 번째 헬스장, 잠깐,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새 깊이 정든 내 맘속 D 헬스장, 안녕.


살을 빼겠다는 나를, 

하지만 겸연쩍어했던 나를 두 팔 벌려 맞아주고, 

편안하게 운동하게 해준 D 헬스장.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D 헬스장, 안녕.      




ps. 이 자리엔 교회가 들어올 거라고 탈의실에서 만난 회원님이 귀띔해 주셨다. 어떻게 사람들은 모르는 게 없는 걸까, 만날 때마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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