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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Nov 22. 2024

잃으면 다시 구할 수 없는 것

10월 11일~10월 12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저금(저녁 금식), 운동]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건장한 긍정 다이어트

10월 둘째 주(107~1012) 체중 변화:

63.6kg ---> 62.9kg (0.7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2~1012):

69.5kg----> 62.9kg (6.6kg 감량)     






◩ 10월 11일 금요일    

  

간다, 단탄지 아침:

간장 계란밥,

사과,

화이트 아메리카노


간다, 단탄지 점심:

양 곰탕


간다, 단탄지 저녁: 안 먹음      



간장 계란밥, 사과, 화이트 아메리카노


양 곰탕






운동 1. 도보 30분

운동 2. 모닝 스트레칭(체조)      






아침 공복 체중.. 63.4kg      





◉ 잃으면 다시 구할 수 없는 것     



 ◎ 까치야, 좋은 소식을 물어다 주렴.


까치가 집 앞 나무에 한참 앉아있는 것을 보고 습관처럼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혼잣말을 했다. 이 혼잣말은 내가 하고 내가 가장 먼저 듣는 말인데 어디선가 택배 요정이 소중한 상자를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것 같은 설렘을 준다. 이 설렘은 무려 하루 동안이나 지속된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택배 요정은 없고, 소중한 상자도 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 꾸준히 실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실망하지 않는다. 까치는 매일 우리 집 앞에 놀러 오니까. 내일도 ‘오늘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하면 되니까. 무한 반복되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까치가 정말로 좋은 소식을 물고 올 거니까. 기분 좋은 예감은 딱 들어맞고 말 거니까.  



◎ 나의 사랑스러운 K-남편    


케이가 불타는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 술을 마시면 피부 톤이 빨개지는 정도로 케이의 음주량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만큼 케이의 피부는 알코올 앞에 순수하다. 오늘은 딱 보니 소주 한 병에서 한 병 반 정도 마셨을 거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원샷! 을 하면서.


(아저씨들은 왜 자꾸 원샷을 하는 거지?)

(빨리 취하려고.)

(왜 취하려고 하는 거지?)

(빨리 취해야 속 얘기도 하고...)

(취한 상태로 얘기하는 속 얘기가 무슨 소용?)

(친해지고...)

(취해서 친해지는 게 무슨 소용?)

(기타 등등...)     


주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큰 것도 아니고, 깔끔하고, 순한 케이다 보니 케이가 술 한 짝을 마시든, 피부가 터지도록 술을 마시든 나에게 해로울 일은 없지만 피부가 빨개진다는 것은 간의 알코올 분해 효소가 약하다는 의미라 케이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하지만 케이 혼자 달나라에 사는 것도 아니고 외딴섬에서 혼자 일하는 것도 아니라 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케이 역시 술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술자리는 종종 잡힌다.


(월급 받는 생활을 그만둔지 오래돼서 말인데) 일 끝나면 도대체 왜들 그렇게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피곤하지 않냐고. 나 같은 사람은 일 끝나자마자 후딱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얼른 집에 가서 눕고 싶다고. 도대체 술이 왜 그렇게 좋냐고. 맛있기나 하냐고. 공짜로 줘도 시큰둥할 판에 저렴하기나 하냐고. 취하는 게 뭐가 좋으냐고. 왜들 모이면 그렇게들 술을 마시냐고.


술 말고 다른 거 하라고. 술 대신할 수 있는 참신하고 건설적인 아이디어 좀 내라고. 집에서 와이프들이 기다린다고. 그러다 애들 다 키워놓고 황혼이혼 통보받는다고.


우리 케이 술 먹이지 말라고. 케이는 (술을 입에도 못 대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어서 술이 약하다고. 술을 먹으면 온몸이 빨갛게 불탄다고! 저러다 내장부터 타 죽을까 봐 걱정된다고. 케이 아플까 봐 염려된다고. 케이 힘든 거 싫다고. 이 K-남편님들아. 제발 우리 케이 술 먹이지 말고 집에 보내달라고. 일은 근무시간에 하라고. 할 얘기 있으면 커피 마시라고. 카페인 싫으면 허브티 마시라고. 좀! 제발! 좀!     



불타는 얼굴로 들어온 케이 손에 들려 있던 양 곰탕.

      


케이가 또?!?!!!!!!!!!     


(다이어트한다고요!!!!!!!!!!)     


편식은 하지 않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많다. 양 곰탕을 먹어볼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구나, 이 나이 먹도록.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다며 케이가 엄지 척을 해 보이는 바람에 양을 한 점 간장에 찍어 먹었다.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식감.


어서 팍팍 먹으라며, 간장 소스에 찍어 먹어 보라며, 정말 맛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케이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 발사에 간밤에 양 곰탕 한 그릇 후딱 해치울 뻔했던 위기를 이성의 끈을 붙잡고 간신히 넘겼다. 옛날 같으면 케이가 사들고 온 먹음직스러운 야식들을 맛있게 먹어주길 기대하는 케이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야밤의 요리를 눈앞에 두고 군침을 질질 흘리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며 결국 먹어치웠겠지만 어제는 잘 참았다. 다이어트의 놀라운 힘! 먹을 거 앞에서 이성을 잃지 않게 하다니! 다이어트는 하면 할수록 위대하구나!     



◎ 마음의 가치는 얼마일까.     


케이의 손엔 다른 것도 들려있었다.


“그건 뭐야?”


양 곰탕을 먹지 않을 금비를 위해 쿠키라던가, 빵이라던가, 와플이라던가, 샌드위치 같은 걸 따로 사 왔을 거라 짐작하고 물었다.


“애들 거?”


케이가 흐흐흐, 음흉한 천사처럼 씩 입꼬리를 올리더니 소중하게 그것을 감싸 안는다.


“이것도 자기 거.”


“내 거? 몬데?”


케이가 조그만 것을 가슴팍 끌어안고선 흐흐흐, 제발 저린 남편처럼 웃는다. 어쩜, 저렇게, 사람이 소소하게 행복할 수 있을까.


“자기 건데 오늘 안 줄 거야.”


케이가 금비 방으로 들어간다.  


“내 거라며? 나 여기 있는데? 지금 주면 되잖아.”


케이를 따라 방으로 쫓아 들어간다. 케이가 옷장 문을 열고 조그만 내 것을 숨기는 작태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본다. 내가 바로 등 뒤에 바짝 붙어 조그만 것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본 케이가 씩, 웃는다. 어쩜, 저렇게, 사람이 저리 허술하게 숨기고도 저게 무사할 줄 아는 걸까. 어쩜, 저렇게, 사람이, 다른 사람도 다 자기 같을 줄 아는 걸까.


“봤어?”

(취해서 판단력이 흐려진 게 확실하다.)


“봤지.”


“내일 줄 거야.”

“내일? 왜? 내일 무슨 날이야?”


왜 하필 오늘이 아니라 내일일까. 열어 봐? 말아?


음, 갈등도 안 된다. 내 거라잖아. 준다잖아. 주겠지 뭐. 몇천만 원짜리를 샀을 리도 없고 몇천만 원은커녕 몇십만 원짜리 일 리도 없고, 벌건 얼굴을 하고선 집을 향해 걷다가 어디 노상 매대에서 뭐하나 샀겠지, 뭐. 내 생각 하면서 진지하게 하나 고르셨겠지. 이를테면 키 홀더? 열쇠고리? 몇 번 빛이 들어오다 마는 붉은 악마 머리띠?      



서울은 술 취해 집에 들어가는 아저씨들을 내버려 두질 않는다. 지갑 열고 줍게 만드는 희한하고 진귀한 온갖 잡동사니들이 진열된 노상들이 거점 어귀마다 있어 취한 케이를 유혹한다. ‘이리 와 봐! 마누라님한테 쫓겨나지 말고 취한 김에 뭐 하나 들고 들어가!’


실망하지 않는 법은 기대하지 않는 거라는 스파이더맨 여자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지나친 기대는 정신 건강에 해롭다. 옷장 안에 들어 있는 게 뭐든 상관없다.


들어가서 자라고 해도 애들 들어오면 얼굴 보고 자겠다며 굳이 소파에 앉아서는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졸다가 관절 없는 슬픈 모가지처럼 목이 뒤로 넘어가고 고개가 앞으로 떨어진다. 저렇게 취한 와중에 내 생각이 났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사람의 마음은 가보치를 매길 수 없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사람의 마음에 굳이, 기어이, 가보치를 매겨달라 하면 이렇게 답하겠다. '잃으면 다시 구할 수 없는 것'.     


 

케이의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켜주기 위해 옷장 안에 고이 모셔둔 작은 것을 내일 아침 케이가 직접 줄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큰마음을 먹는다. 기대는 없지만 안 봐도 행복하다.


안 열어보고 얌전히 기다릴게. 마시멜로 어린이처럼.

(바, 바, 바가지를 쓰진 않았겠지? 얼마 줬냐고 물어봐야 하나?)      


이히히히, 케이가 안심하며 웃어젖힌다.



-다음 날-     



꿀물을 타놓고 가벼운 아침 산책을 마치고 들어왔더니 케이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사색이 되어있다.


“자기야, 이실직고할게 있어.”


케이가 급하게 내 곁으로 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큰일이라도 난 듯 떨고 있다.


“왜? 무슨 일인데?”


허옇게 질린 케이 얼굴을 보니 가슴이 철렁하다. 케이가 휴대폰을 들고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라도 난 게 분명하다. 우리 또 롤러코스터 타는 거야? 케이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다행히 휴대폰 분실은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휴대폰 분실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케이가 휴대폰을 들고 어쩔 줄 모르는 걸 보니 이 사건은 휴대폰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얼핏 케이의 휴대폰 화면에 이미지가 보이는데 무언지 확실하지 않다.


케이는 무얼 본 걸까. 대체 저 휴대폰이 아침부터 뭐라 한 걸까. 사고 쳤나? 회사에서 크게 실수했나? 뭐지? 뭐지? 카드를 분실했나? 설마 진짜 바가지를 쓴 건가? 만 원짜리를 천만 원에 사기라도 했나?


몇십 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동시에 쏟아진다. 위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뇌가 초능력을 발휘해 간밤부터 아침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상황을 불러 모은다.


케이가 휴대폰을 보여준다.


“이게 뭐야?”


케이의 휴대폰엔 민트색 자개 보석함 이미지가 있다.

(어쩌라고?)


“이게 어제 그건데...”


케이는 누가 들을 새라 소곤거리며 설명을 시작하고 나는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고 애쓰며 고개를 끄덕인다.

케이가 카톡을 열어 보여준다.


-아빠!! 고마워!!!! 지금 봤어~~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고마워~ ♡♡♡♡하트 발사


“금비가 봤나 봐. 어쩌지?”


방에서 자고 있는 금비가 들을 새라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케이의 얼굴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여전히 하얗게 질려있다.


“난 또 뭐라고. 괜찮아.”

(그러니깐 케이가 저 민트색 자개 보석함을 사 왔는데 그게 이제 금비 거라는 거지? 그러게 왜 금비 옷장에 숨기냐고.) 뭐 이미 벌어진 일,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 다행이라고, 차라리 금비가 가져버려서 무척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지 않은지 케이가 진지하게 말한다.


“자기야 이게 검은색이 있고 민트색이 있어. 내가 오늘 광화문 가서 이거보다 조금 큰 거 있거든?”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나 진짜 괜찮아. 금비 쓰라 해.”

물욕이라고는 없는 검소하고 소박한 배우자처럼 내가 진심의 손사래를 혼신의 힘을 대해 친다. (보석도 없는데 보석함이 웬 말? 금비 줘서 진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뭐? 또 사 온다고?)


케이가 두 손가락으로 자개 보석함 이미지를 확대해 들이밀며 술이 덜 깼는지 자꾸 주절거린다.


“이게 조금 더 큰 게 있어. 색깔은 검정이랑 민트랑, 어쩌고저쩌고.”


케이의 주절거림을 해석하자면 이렇다. 이번엔 조금 더 큰 사이즈를 살 건데 금비가 민트를 가지고 있다. 똑같은 민트로 할래? 검정으로 할래? 너가 괜찮다고 아무리 사양해도 나는 너가 자개 공예품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오늘 자개 보석함을 살 것이다. 이번엔 더 큰 걸로.


“괜찮아, 괜찮아. 진짜 괜찮아. 나 그런 거 없어도 돼. 하하하.”     


나전칠기(자개박이)는 매번 내 시선을 뺏고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생물 유전학적 관점으로는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좋아했을지 모르는 취향의 공유. 불교, 힌두교적 관점으로는 전생의 기억. 예술적 관점으로는 자개 공예의 섬세함과 화려함을 빚어낸 장인의 고독한 예술혼에 대한 깊은 경외.     


나전칠기(자개박이)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감탄의 탄성을 하곤 했다. 사달라는 뜻이나 사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조상님들의 높은 예술적, 미적 수준에 대한 존경이었다. 근처에 자개 공예 전시가 있으면 잠시 들러서 볼 정도의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는 애정.     


이런 말을 하긴 했지.


“조선시대에 자개 보석함이라니, 얼마나 귀했을까.”

“조선시대에 말이야, 남편이 이런 거 사다 주면 진짜 행복했겠다. 초가집에 살아도 행복했을 거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넌 당장 나에게 저 자개 보석함을 바쳐라,로 해석했을까? 나는 대궐집에 살지 않아도 작은 마음 하나 있으면, 그런 마음 가지고 있는 너와 함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 것인데.


나는 자개 공예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지나가다 문득 자개 공예품을 볼 때마다 평생 반할 거고 감탄할 거다.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볼 거다. 한 땀 한 땀 자개에 혼을 불어넣는 장인의 뒷모습을 상상할 거다. 남편이 사다 준 자개 거울을 쥐고 짓는 함박웃음을 상상할 거다. 상상은 나만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상을 할 때 나는 행복하다. 미소 짓는다. 소유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니깐 안 사 와도 된다고, 케이야.          



◩ 10월 12일 토요일     

 

간다, 단탄지 아침: 프랑크 소시지 정식

*프랑크 소시지, 계란프라이, 밥, 사과, 포도, 화이트 아메리카노


간다, 단탄지 점심:

베이징 덕,

양장피,

짜장면1/4


간식(15시 50분):

플랫 화이트


간다, 단탄지 저녁:

루꼴라 햄&치즈 샌드위치1/2,

아이스 로얄 밀크티1/2,

레모네이드1/2 



프랑크 소시지, 계란프라이, 밥, 사과, 포도, 화이트 아메리카노


베이징 덕, 양장피, 짜장면


플랫 화이트



루꼴라 햄&치즈 샌드위치, 아이스 로얄 밀크티, 레모네이드






운동 1. 1만 걸음(약 6km)

*성큼성큼 보폭(70-80cm), 느긋 보폭(58-60cm)  


운동 2. 아령(덤벨) L2kg / R2kg  50회 1세트






 

아침 공복 체중.. 62.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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