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인지
‘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는 명상을 통해 의식이 발달한다는 의미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
의식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의식이라는 단어를 이해해야 한다. 의식(意識)은 ‘뜻’ 혹은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어 ‘의(意)’와 ‘안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어 ‘식(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한자어 구성을 통해 우리는 의식이 어떤 대상의 뜻과 의미를 아는 힘 혹은 능력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식(意識)
한편 의식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인 ‘consciousness’의 conscious는 ‘know’라는 의미를 지닌 어원 ‘sci’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그리고 양심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conscience’도 어원 ‘sci’에서 유래한다. 두 영어 단어의 어원이 같다는 사실을 통해 서양인들이 의식과 양심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학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science’ 역시 어원 ‘sci’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과학이 추구하는 사실과 논리가 양심 그리고 의식과 어떤 관계성을 지닌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consciousness, conscience, science
지금까지 한자어 의미와 영어 단어의 어원을 통해 의식과 관련된 동서양의 관점을 살펴보았는데, 동서양 모두 의식은 ‘안다’라는 의미를 지닌 그 무엇으로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안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례를 통해 ‘안다’라는 의미를 살펴보자.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돌보던 가족이 환자의 의식이 깨어났을 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곤 한다.
“ 나 알아보겠어? ”
“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어? ”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의식이 무엇인지를 어슴푸레 이해할 수 있다. 의식은 인지 혹은 인식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국립국어원 사전에 나온 의식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자.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
이 정의를 요약하면 의식은 ‘대상을 인식하는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식’이라는 단어를 ‘인지’라는 단어로 바꾸어도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므로 의식은 ‘대상을 인지하는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대상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인지 대상 혹은 관찰 대상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대상에는 외부 세계의 사물(타자 포함)만이 아닌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구분하는 기준점 중 하나인 자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의식의 핵심이 ‘인지’ 기능이라는 사실이다.
의식 = 인지
한편 혼수상태의 환자가 의식은 깨어났지만, 기억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한 경우 이를 기억 상실증이라 부른다. 이 경우는 의식의 인지 기능이 작용하지만, 내면의 기억 정보 일부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인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혜 배움 명상은 내면의 기억 정보를 하나의 인지 대상으로 여기며, 기억 상실증을 ‘기억 인지'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표현한다. ‘기억 인지’는 ‘기억 정보 혹은 기억 내용물을 인지’한다는 표현을 편의상 줄여 나타낸 것이다. 이는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 역시 의식의 작용 대상 즉 인지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혜 배움 명상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기억 인지’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억력’이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이다.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대체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면 기억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즉 치매의 초기 증상 중 하나는 자신 혹은 가까운 가족에 대한 기억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여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다. 치매 환자의 의식은 점차 붕괴되어 가며 혼자서 정상적 삶을 살기가 어려워지며, 심한 경우 어린아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기억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인지를 좀 더 세분하여 의식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의식 = 인지 = { 기억 외 인지 + 기억 인지 }
이처럼 의식은 인지와 인지의 결과인 기억 정보가 함께 작용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억 인지와 연결된 요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당신의 어머니를 만난 순간 그 사람이 어머니임을 어떻게 알게 될까? 당신의 눈에 이상이 없다면 눈으로 먼저 확인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 외국의 연구 사례에 의하면 어떤 환자의 경우 진짜 어머니를 가짜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그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감성이 느껴지지 않기에 진짜 어머니를 가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정상적 의식에서는 기억 인지가 감성과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감성 역시 기억과 마찬가지로 인지 대상으로 본다면 감성이 느껴지는 것을 감성 인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정의한 의식을 다음과 같이 수정할 수 있다.
의식 = 인지 = { 기억 외 인지 + 기억 인지 + 감성 인지 }
그런데 앞의 정의에서 ‘기억 외 인지’라고 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는 바로 감각 인지이다. 혼수상태의 환자가 의식이 깨어났을 때 자신의 가족을 알아볼 수 있는 의식 상태라면 다양한 인지가 차례로 일어나야 한다. 맨 먼저 눈과 귀를 통해 가족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즉 감각 인지가 작용해야 한다. 만약 혼수상태 환자가 깨어났지만, 눈이 보이지 않거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가족을 바로 알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감각 인지가 일어난 다음에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가족의 시각 및 청각 정보를 인지하고 감각 인지로 들어오는 현재 정보와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정보가 같다고 판단되면 기억과 연결된 감성이 인지되어야 자신의 가족임을 알아보게 된다. 따라서 다시 의식의 정의를 수정하면 다음과 같다.
의식 = 인지 = { 감각 인지 + 기억 인지 + 감성 인지 }
지금까지 우리는 의식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인지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의식이 작용할 때 관련된 요소를 반영하여 의식을 세분화하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여전히 의식의 중요한 요소 하나가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이성이다.
지혜 배움 명상에서는 ‘이성적 사고 인지’를 줄여 이성 인지라고 표현한다. 어쩌면 독자들에게는 이성 인지라는 표현이 어색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혜 배움 명상에서는 자신의 이성적 사고가 관찰 훈련을 통해 인지 대상이 되기에, 인지의 중요성을 나타내려고 이성 인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필자의 한 친구가 자신의 다섯 살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어느 날 아이는 아빠에게 자신은 커서 공룡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아이가 공룡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의식의 성장 과정에서 이성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의식을 다시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의식 = 인지 = { 감각 인지 + 기억 인지 + 감성 인지 + 이성 인지 }
지금까지 우리는 의식을 인지적 관점에서 세분하여 살펴보았다. 이러한 세분화는 지혜 배움 명상이 ‘인지 능력 발달’이라는 관점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마음언어 기초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a5_veqx32PAYPXEo-dHWpB
마음언어 생활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kJxgggJj3-ZkcoQpZahfd9Bn0hFdJD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