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디케의 집에서 <판결의 재구성>을 읽고 쓰다
여아에게 성인 남성이 소변 눔
인기 검색 키워드: 6개월, 2살.
3세 여아의 성기 촬영, 항문 삽입
10세 남아의 입+항문 삽입
8세 여아의 입+항문 삽입
이런 아동 성 착취물 영상 22만여 개(8TB)를 전세계 128만여 회원에게 유포하는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를 2년 8개월간 운영해 약 44억의 범죄수익을 벌었던 손정우의 형량은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1년 6개월이었다. 집행유예의 사유는 "어린 나이, 초범, 반성함, 손정우가 게시하지 않은 아동 성착취물들이 있음"이었다. 그가 게시하지 않은 아동 성착취물이 많았던 건, 그럴 필요가 없어서였다. 영상을 보고 싶으면 직접 제작한 영상을 게시해야 했고, 그래서 영상이 이미 너무 많았다. 영상이 중복되어서도 안 되게 해 놓아서 새로운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겨나는 구조를 만들었다.
2심 진행 중인 사이 외국인 여성과 급히 혼인신고를 했고 2심에서는 "손정우의 자백, 성장하며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음, 가족이 생김"의 사유로 18개월을 최종 선고받았다. 참고로 이 사이트에서 성 착취물을 내려받은 일부 미국인은 5-15년 형을 받았고 영상을 올린 영국인은 22년 형을 받았다. 미국, 영국, 독일이 공조 수사하며 32개국을 뒤진 끝에 손 씨를 찾아 기소했고, 그를 인도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자국민 보호를 목표로, 인도하지 않기로 했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50여 건의 인도심사에서 인도를 불허했던 경우는 단 5건에 불과했다(물론 이제 6건이 됐다). 그는 7월 6일자로 출소했다. 법원은 '손 씨를 인도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이 아동, 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인도불허 취지를 밝혔다.
사이트 헤비업로더 310명 중 한국인이 223명이었고, 이 사이트의 피해자 중 23명이 구조됐으나 그 가운데 한국인 아동은 없었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아동 피해자들의 구출 작업은 어디서 얼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자국민 보호'라는 가치가 무엇을 수호하고 있는 걸까.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말이 있다.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실질을 보라'는 것. 손정우를 보면 실제로 어린 나이고,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고, 직접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았겠으나, 숲을 보면 이건 전세계가 쌓아온 아동 성 인권 향상 노력을 박살내는 판결이다.
하지만 역시 책에선 '판사는 사또재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해진 알고리즘을 따라 결과를 도출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법리를 뛰어넘는 판결을 독단적으로 내릴 수 없음은 책의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피해자의 가족같은 마음으로 해당 사건을 지켜봤으나, 판사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될 것이었다. 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은 다시 넓게 보면 '억울한 자가 없게 하라'는 이치와 닿아있으니, 여러 사람의 인생이 걸린 판결에 어떤 무게로 임할지 감히 짐작하지 못하겠다.
다만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인식, 그에 따른 낮은 처벌에 대해 국민들은 자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법원이 함께 고민해주고 있기를 바란다. 저자는 '모든 판결은 비판을 견디고 진화한다'고도 했다. 아마 미국은 아직 남은 다른 처벌사유를 걸고 송환을 다시 요구할 것이다. 그때 이 사안을 법원이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기대하고 싶다.
*(본 사건을 심리하고 인도 불허 결정을 내린 강영수 고법 판사의 대법관 후보자격 박탈에 관한 국민청원이 50만을 넘겼다. 가능 여부를 떠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