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동
하나님은
내가 삶의 평온함에 깃들 쯤
어김없이 내가 기대고 있는 것을 흔들어 놓으신다
내 차는 믿을 만해
하고 마음 놓으니
얼마 안 가 배터리가 죽었고
내 노트북은 쓸 만해
하고 만족해 하니
얼마 안 가 켜지지도 않았고
내 집은 지낼 만해
하고 뿌듯해 하니
얼마 안 가 벌레가 들끓었다
이웃도, 가족도
마을도, 직장도
예외는 없었다
그로 인해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평온해질 때
놀랍게, 아니 당연하게
나는 하나님을 잊는다
그런 평온함은
분명히
하나님께로부터 왔을 텐데,
그런 평온함으로 인해
번번이
나는 하나님을 잊는다
내가 아들에게 좋은 것을 주자
그로 인해 아들이 나를 잊는다면
차라리 주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내가
아들에게
그럴진대,
하나님은
내게
오죽하실까
선물보다
선물을 준 이가
더 소중하다
그걸
자주, 아니 매번
잊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