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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뽑기)가 바로 인생 아닐까요?"

by 지향점은 SlowLife

"모든 아이템을 진열해두고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으면 갖고 싶은 마음이 덜 하지 않을까?"


나는 '가챠', 한국에서는 '뽑기'라고 불리는 이 존재의 본질을 이렇게 생각한다. 가챠에서 뽑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아주 작고 귀여우며 위트 있는 소품들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혹은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아이템들까지 그 종류와 범위가 상상 이상으로 많고 넓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가챠가 모여있는 가게를 마주하게 되면 평소에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에 관심도 없었던 나의 발걸음도 홀린 듯 가챠샵으로 향하게 된다. 일단 가게로 들어와서 여러 가챠들들 구경하다 보면, 실물을 보지 못해서인지 궁금한 마음이 점점 생기고, 그 와중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아이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원하는 아이템을 한 번에 뽑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들이 점점 쌓이고 속도를 내며 기어코 주머니의 동전들을 투입구에 넣고 짧은 기도를 하며 가챠를 돌리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꼭 원하는 것을 뽑고 마리라는 의지를 가지고 몇 번이나 같은 가챠 앞에서 주머니의 동전을 모두 써버리기도 한다. 만약 이 가챠 속 소품들이 모두 진열되어 있었고 그 실물을 비교하며 원하는 것을 운에 맞기지 않고 구매할 수 있다면? 과연 이 소품들을 이렇게까지 내가 원하고 갖고 싶게 될까? 나는 '아마도 아닐 것이다'라는 마음속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해서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제한 조건이 이 가챠라는 것의 본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어떤 생각의 결과를 인생과 끼워 맞추고 연결 짓고 싶지는 않지만 가챠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는 이것이 인생이지 않은가?라는 생각 까지도 확장하게 됐다. 예측 불가능, 간절히 원하지만 선택 불가능, 그래서 가챠를 돌렸을 때 무슨 결과가 나올지 모름, 하지만 계속해서 가챠를 돌리고 도전하며 원하는 결과 혹은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하고 열심히 살며 동전을 모아야 하는 것. 왠지 모르게 가챠가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챠가 돌아가는 지금 어떤 아이템이 굴러 떨어져 내 앞에 나타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가챠 중 내가 원하는 가챠를 확실하게 고를 수 있도록 삶의 취향과 목표를 더 명확히 해야겠다. 그리고 단지 운에만 기대지 않고 충분히 원하는 가챠를 뽑기 위한 여러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의 동전을 모으는 노력도 계속해서 이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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