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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May 31. 2023

#1. 에세이의 말들

《내 모습이 탄로난 순간》


타인에 대해 내리는 평가를 보면,

평가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가하는 사람이 보일 때가 많다.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황선우-


누군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평가하면 기분 나쁘다. 그런데 솔직히 자수하자면, 나 역시 내 지식과 경험과 안목과 뛰어난 추리 능력으로 누군가를 제멋대로 평가할 때가 많았다. 그나마 입으로 발설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하면 다행이다. 하루는 동료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마음의 고삐가 풀렸는지 쓸데없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대화 중에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그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한 것이다. 마음이 풀어지면 입도 풀어지는 게 꼭 문제다. 집으로 돌아와서 제정신이 들었는지, 괜히 쓸데없이 추측성 평가를 했나 싶었다. 그러다 잠들기 전에 읽은 책에서 훅하고 들어오는 문장에 따끔하게 찔렸다. “타인에 대해 내리는 평가를 보면, 평가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가하는 사람이 보일 때가 많다.” 순간 이불킥을 날렸다. “이런,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게 아니었는데!” 나의 속 좁은 모습만 탄로 난 것 같아 창피했다. 여전히 내 수준이 요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평가는 두 가지를 폭로한다. 평가하는 사람의 실력과 인격을 말이다. 입만 잘 닫고 있어도, 인격자가 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사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자기 수준만큼 이해하게 돼 있다. 그래서 평가하는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을 비롯한 됨됨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민낯은 방심할 때뿐 아니라 누군가를 평가할 때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평가하는 순간, 나 또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것도 비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경우가 비호감을 산다면, 후자의 경우는 호감을 사는 것 같다. 한 번뿐인 이 세상인데, 비호감으로 살고 싶진 않다. 이번 기회에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동안 나도 평가받고 있다는 걸. 헤아리는 대로 헤아림을 받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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