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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과 떨림 Jun 29. 2023

《냉소와 허무에 빠져 죽진 않을 거야》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 다음에 뒤따라야 할 성숙한 태도는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봐야겠다’일 것이다. 그래서 본성을 거슬러보려고 애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존경한다.

-내밀 예찬 / 김지선-

“어차피 안 돼!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안되는 게 맞아! 그러니까 그냥 대충해!” 과연 이 말은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일까? 아니면 나를 망치려고 하는 말일까? 일면 나를 위해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함께 망하자고 부추기는 말이다. 인생을 날로 먹는 사람도 싫지만, 남의 인생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사람은 더 싫다.

살다 보면, 정말 안 되는 일이 있다. 슈퍼맨이 아닌 이상,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분명한 한계점이 있게 마련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개 더 아는 일이 바로 한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번 ‘꽝’만 찾아오지 않는다. 가끔이지만, ‘다음 기회’도 찾아온다. 그러나 “내가 그렇지 뭐. 요즘 세상이 다 그렇지 뭐!”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정말 답이 없다. 냉소가 태도가 되면, 자신뿐 아니라 남의 인생까지 발목 잡으면서 살기 쉽다.

‘직면’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직면은 나에게 솔직해지는 일이다. 나의 민낯과 지질함을 마주할 때가 많아, 모른 척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싶을 때가 많다. 사실 눈 감으면 속 편하다. 그러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가는 오롯이 치러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직면은 단순히 나와 맞닥뜨리는 일이 아니다. ‘이게 내 모습이구나!’라고 인정하는 데까지 나가는 일이다.

이것은 체념과는 다르다. 체념이 의욕을 곤두박질치게 한다면, 직면은 바닥을 찍고 다시 오를 수 있도록 발판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 혼자 망하지 않는다. 다단계처럼 함께 망할 사람들을 두루 모집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인생인데, 냉소와 허무에 빠져 죽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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