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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Apr 19. 2022

교수의 이직

이제 그만... 정착하려구요.

이직(移職) : 직장을 옮기거나 직업을 바꿈


박사과정은 직업이라고 할 수 없고 포닥은 비정규직이어도 Full-time이기 때문에 포닥부터 시작해서 저의 여정을 되짚어보면

포닥에서 연구소로(https://brunch.co.kr/@cnam/56)

연구소에서 대학으로 (https://brunch.co.kr/@cnam/70)

대학에서 대학으로 (이 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벌써 세번째 이직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이직을 했습니다. 수도권 사립대에서 서울 안에 있는 상위권 사립대로 넘어왔습니다. 이 글을 시작한 때는 개강 직후 였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이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이 되어서야 약간의 시간이 나네요. 


이 브런치는 되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글을 쓰려 하고 있어서 감상 같은 것들은 거두절미하고 왜 옮겼는지, 옮겨도 괜찮은지에 대해서 집중해보겠습니다.


왜 옮겼는지?

원래 있던 학교도 제 전공이 속해 있는 공과대학의 입지가 괜찮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실력과 열정을 갖추신 교수님들이 많이 계셔서 대형 재정지원 사업도 많이 하고 있고 그로 인해 교육과 연구 환경이 괜찮았습니다. 승진/재계약 요구 실적도 적절한 편이라 큰 부담도 없었습니다. 다른 대학에 비해 연봉도 평균 정도는 되는 것 같구요. 학과 교수님들도 다 너무 좋으셨고 학과 분위기도 민주적이었구요. 두 학기 강의를 하면서 앞으로 계속 담당할 과목들도 생겨서 강의 준비도 부담이 없을 예정이었습니다. 정년까지 크게 부침없이 잘 지내면서 있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처음 올때에는 뼈를 묻을 생각으로 왔고 학교 근처로 이사까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옮겼냐면 연구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대학은 대학원보단 취업에 뜻을 두고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라 대학원생이 지속적으로 입학하는 곳으로 가서 연구를 재밌게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옮기려고 해도 괜찮은지?

현직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 이직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처음 학교에 자리 잡을 때까지 여러 학교에서 총장면접까지 봤었는데 어느 정도 심도 있게 절차가 진행되면 확실이 오프더레코드로 레퍼런스첵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전방위로요. 과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던 동기, 선후배 등 많은 분들께 연락이 갔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 첫 학교로 이직할 때는 당시 직장 동료분께 연락이 갔던 적도 분명 있었습니다. 


이직을 알리기 전까진 동료분께서 모른척을 해주셔서 다행이었지만 최악의 경우에 현 직장에 소문이 날 수도 있다는거죠. 그 사실이 알려진 학기에 이직에 성공했다면 다행이지만 이직에 실패하고 "탈출 시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면 여러가지로 난감한 상황이 올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이직을 정말 하고 싶으시다면 리스크를 떠안고 가셔야합니다. 현 직장에 알려지는 케이스는 흔치 않습니다. 저의 경우 총장 면접까지 진행했던 학교가 6-7군데 정도 되는데 당시 직장 동료에게 연락 갔던 케이스는 단 한 번입니다. 그것도 아마 임용이 거의 확정된 이후 였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다른 학교에서도 다른 분들께 연락을 했었을 수도 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으니 만약 있다해도 당사자께서 모른척 해주셨던 거겠구요.) 전 학교에서 현 학교로 이직할 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채용하는 쪽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움직이시는 것 같습니다.


이직을 마음 먹었다는 것은 현 직장에 대한 단점이 하나 이상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고 그 단점이 직장을 옮기는데서 찾아오는 그 커다란 불편함, 단점보다 더 크다는 얘기겠죠. 그런 직장에서 마음 붙이고 지내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마음이 떠난 부분이 분명 있으니까요. 항상 이직을 생각하게 되구요. 그러니 한번 마음 먹으셨으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도전하시지요. 도전조차 못해보고 지내는 내내 후회하는 것 보다는 도전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러운지?

일단 한 세 배 정도 바빠졌습니다. 새로운 과목을 강의하게 되어서 바빠진 것도 있겠지만 상위권 학교다 보니 이런저런 사업이 많고 강의 외에 여기저기 시간 쓸 일이 많습니다. 그래도 선배 교수님들이 학교와 학과를 위해 솔선수범 적극적으로 일을 하시는 모습에 제가 뭐라고 몸을 사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여력이 닿는대로 참여하려고 합니다.


강의면에서는 중간고사를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어려운 내용을 가르쳐도 학생들이 소화하는 것 같고 질문의 퀄리티도 좋습니다. 제가 강의 중 뭔가 실수하고 빼먹었을 때 정확히 짚어주는 학생들이 한 명 이상 있습니다. 이런 자대 출신 학생들을 대학원생으로 받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제 단기 목표입니다.


대학원 컨택도 많이 늘었지만 이 부분은 아직 한 학기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 현직간의 이동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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