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방끈수공업자 May 15. 2018

미국 교수되기-엔딩

먼저 갑니다. 다시 만납시다.

글 목록

미국 교수되기-탈출의 서막 https://brunch.co.kr/@cnam/42/

미국 교수되기-탈출기의 시작 https://brunch.co.kr/@cnam/46

미국 교수되기-첫 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7

미국 교수되기-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8

미국 교수되기-첫 초대 https://brunch.co.kr/@cnam/49

미국 교수되기-온캠퍼스 https://brunch.co.kr/@cnam/51

미국 교수되기-기다림  https://brunch.co.kr/@cnam/52

미국 교수되기-오퍼 https://brunch.co.kr/@cnam/53

미국 교수되기-엔딩 https://brunch.co.kr/@cnam/56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질문 받습니다 : https://brunch.co.kr/@cnam/80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이번 연재의 마지막이 될 글 입니다.


포닥자리를 잡기 위해 도전했던 시기의 경험을 정리한 연재 (광고타임! 포닥으로 살아가기 https://brunch.co.kr/@cnam/21)는 제가 포닥자리를 잡는데 너무 마음 고생을 해서 다른 분들은 시행착오를 좀 줄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었고 지나간 일을 정리하는 글들이다보니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포닥에서 탈출하기 위한 저의 노력을 담은 이번 연재는 스스로 stay on track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기에 비교적 실시간으로, 빠른 템포로 글을 써갈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첫 연재보다는 글의 내용이 덜 알찼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두 연재의 끝을 맺을, 개인적으로는 대단원의 한 막을 내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맨정신으로는 못쓰겠습니다. 맥주가 한 캔 필요합니다. 논문 리뷰들어온게 5편이었나 6편이었나 밀려있는데... 에디터님들껜 죄송하지만 오늘은 좀 쉬겠습니다. 내일 빠릿하게 움직이도록 하죠.


미국에 처음 왔던 때가 생각납니다. 벌써 햇수로 8년이 되었습니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20대 시절이었고 감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낭만이 이성을 앞섰었고 그래서 힘들었던 시기를 잘 모르고 행복하다 느끼며 지냈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칠때쯤에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바빠져서 낭만을 챙길 여유가 없어서인지, 부양할 가족이 생겨서인지 대책없는 자신감보다는 간절함이 넘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흔치 않았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한국의 한 메이저 정출연에 선임연구원으로 가게되었습니다. 미국 학교에서 받은 조교수 오퍼들도 있었고 미국에 남고자 하면 다른 옵션들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랜 고민 끝에 귀국을 결정했습니다. 몇 가지 고려사항들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실 포인트들이라 간단히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신토불이

미국에서 사는 것과 한국에서 사는 것은 극명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장점은 제가 원하는 연구를 깊이 있게 할 수 있고,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며, 자녀교육에도 좋으며, 미세먼지(!)가 없다는 것 입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단점은 가족, 친구들이 멀리 떨어져있어 외롭고,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기가 어렵고, 아무리 잘 적응한다해도 외국인의 한계(문화적, 언어적)가 존재하고, 자녀교육을 제대로 한다면 더 힘들다는 것 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단점이 장점보다 더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미국에서 7-8년 지내며 많이 적응을 했다고는 하지만 30년 가까이 살아온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제게는 한국이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녀 교육은 제게 큰 고려사항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고 제가 가진 잔이 넘쳐흘러야 제 가족과 주변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저의 잔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2. 한국으로의 복귀 기회

유학 나올 때 목표가 박사를 마치고나서 한국에 좋은 자리 찾아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방향이 좀 바뀌기도 했습니다만 초심을 되새겨보면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대로 이뤄지는 길이긴 합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정출연 선임 연구원 자리는 "좋은 자리"에 해당합니다. 거기에 더해 요즘 정출연에 들어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비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정규직 공채가 한동안 닫힐거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갈 기회가 앞으로도 정말 손에 꼽을텐데 이번에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제가 가진 운을 다 소진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연구가 제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 입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관찰해본 결과 연구로 세계정복을 할 수 있는 류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내 삶의 제 1목표로 삼고 나아가야하는지 고민해봤습니다. 미국에 남는다면 앞으로 약 7년간은 테뉴어에 목을 매야할 것 입니다. 7년이라니! 제가 박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걸린 시간이 7년이 아직 안됩니다. 앞으로 7년을 지금까지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야한다면, 그래서 나이 40이 넘은 어느 날 테뉴어를 받는다면 그 기쁨이 얼마나 클지,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그 커다란 기쁨이 그 때까지 저와 저의 아내와 저의 자식이 감내해야할 인고의 시간을 얼마나 보상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봤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미국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름 제 인생의 정점을 찍고 한국에 들어가고 싶었던 계획을 마무리 짓고 가진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한국에서 그 정점을 찍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반드시 연구여야만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늘 생각만 했던 피아노도 배우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여행도 많이 하고, 벗과 함께 가족과 함께 그렇게 물 흐르듯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글들로 채워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정보전달 목적의 글을 더 이상은 쓰지 않으려합니다. "대형 과제 기획하기", "외부 강연하기" 같은 글들은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끔 생각을 정리하러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운이 좋아 먼저 이 포닥의, 비정규직의 바닥을 뜹니다. 먼저 넘어갔다고 사다리 걷어차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교수되기-오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