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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Jan 29. 2018

미국 교수되기-온캠퍼스

처음이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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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되기-탈출의 서막 https://brunch.co.kr/@cnam/42/

미국 교수되기-탈출기의 시작 https://brunch.co.kr/@cnam/46

미국 교수되기-첫 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7

미국 교수되기-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8

미국 교수되기-첫 초대 https://brunch.co.kr/@cnam/49

미국 교수되기-온캠퍼스 https://brunch.co.kr/@cnam/51

미국 교수되기-기다림  https://brunch.co.kr/@cnam/52

미국 교수되기-오퍼 https://brunch.co.kr/@cnam/53

미국 교수되기-엔딩 https://brunch.co.kr/@cnam/56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지난 주에는 첫 온캠퍼스 인터뷰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2월 초에 잡혀있는 하나만 있었는데 한 군데에서 더 연락이 와서 1월말, 2월초 이렇게 일정이 잡혔었습니다.그런데 언젠가 갑자기 한 학교에서 연락이 오더니 다음주에 온캠퍼스 면접을 올 수 있냐는 겁니다. 언급된 그 주는 딱히 일정이 없었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2월 중순으로 미루자니 너무 멀리 미루는 것 같은데다 별다른 핑계를 댈 일도 없었습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긴 너무 프로페셔널 하지 않다고 느꼈고, 그렇다고 아무 일정도 없는데 바쁘다고 거짓말하기도 양심에 찔리기도 하구요. 양심에 찔리면서도 그렇게 말할수도 있긴한데 그러기에도 애매한게 여기는 하루 전날 밤까지만 도착해서 다음날 면접하고 그 날 저녁에 바로 떠나도 된다고 하니 앞으로 3주간 그 이틀의 시간을 못낸다는게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시한 날짜 중에 가장 먼 날의 날짜를 하나 택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면접날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 밖에 남지 않더라구요.


매일 서너 시간씩만 자면서 고생고생을 했지만 퇴근시간 전까지는 학교 일을 해야해서 진도가 많이 늦었습니다. 결국 면접 전날까지도 제대로된 연습을 한번 못했습니다. 심지어 전날 새벽 세시까지 발표자료도 조금씩 수정이 되었습니다. 결국 앞부분 20분 정도만 달달 외우고 뒷부분은 모니터에 스크립트를 띄워두고 적절하게 참고하며 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거기다 면접 당일 만나기로 한 분들의 리스트도 전날 아침에서야 나왔습니다. 부랴부랴 프로필을 살펴보고 논문 하나씩을 찍어서 프린트해서 챙겼습니다. 1시간반도 안걸리는 비행기 안에서 정말 필사적으로 읽고 질문할만한 내용이나 대화를 나눌만한 부분을 메모했습니다. 공항에 내려서 잠깐 시간이 있어서 그 사이에도 열심히 질문거리를 챙겼고 사진을 찾아서 이름과 함께 문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호텔에 들어가니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새벽 세시까지 연습을 하다가 절망을 하며 잠들었고 절망을 하며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옷을 말끔히 갈아입고 로비로 나가서 호스트 교수님과 아침을 먹으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발표는 좀 절었던 부분이 확실이 있었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생각보다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받아본 질문들도 있었고 크게 어려운 질문들은 없어서 무난하게 잘 지나갔습니다. 포닥 경험이 없었으면 이렇게 부드럽게 넘어가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포닥을 하면서 지도교수님과 혹은 학생들과 이런저런 연구 얘기를 끊임없이 계속해야하는 상황들이 많았는데 그런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그냥 교수님이 뭐라뭐라 커멘트 주시면 네 알겠습니다하며 수긍하던 상황들이 많아 대화와 논박이 이뤄지기 보다는 그냥 일방적인 리스닝이 되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포닥을 하면서는 지도교수님께서 제게 질문을 하고 의견을 물어보는 상황이 많았고 학생들도 제게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거기에 답하는 훈련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 후에는 여러 분의 교수님과 30분씩 만나는 일정이 쉼 없이 잡혀있었습니다. 단과대학장 격인 딘(Dean)을 만나는 일정도 있었구요. 이 과정이 정말 진이 빠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목이 쉴 정도였으니까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굉장히 친절하게 맞이해주셔서 심리적인 부담을 좀 덜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대학원생들과 대화하는 일정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어서 답변하느라 애를 조금 먹기도 했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는 학과장격인 학과 체어 교수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서 지친 마음이 많이 힐링이 되던 식사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서는 정말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잠을 잤습니다. 


인터뷰 호스트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과 중간에 다른 한 시니어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보면 제가 그날 보여줬던 것들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 뒤로 2명의 후보자가 더 올텐데 그 사람들이 저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제게 기회가 돌아오진 않겠죠. 


이제 지난 경험을 토대로 다음 면접들을 잘 준비해봐야겠습니다. 현재는 두군데 잡혀있는데 다음주에 전화 인터뷰가 두개 또 잡혀있기 때문에 이 온캠퍼스 면접들이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또 업데이트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 방문에서 얻은 교훈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다섯 군데 온캠퍼스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종합적으로 얻은 교훈들, 느낀 점들에 대해서 업데이트 했습니다.


1. 인터뷰 전

a. 일정 잡기 : 보통 이메일로, 간혹 전화로 인터뷰 초청을 받게됩니다. 학교에서 선호하는 날짜에 대해 몇 가지 선택지를 주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되는 시간을 보내달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잡으실 때는 한 주에 한 군데 이상 잡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한번 방문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많고 학교에 따라 따로 준비를 해야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도착해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루 전에 도착해서 다음날 돌아오는 일정을 권합니다. 특히 전날 되도록 일찍 도착해서 호텔방에서 연습할 시간도 갖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요일이나 금요일이 아마 현 직장에 제일 지장을 안 주고 다니실 수 있는 일정일 것 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금요일을 선호합니다. 주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월-금 중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가장 편안하고 들떠있어서 아무래도 덜 날카로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정을 잡고나면 학과에서 비행기 티켓이나 호텔 예약 등을 잡아주기도 하고 직접 잡고 나중에 청구하기도 합니다. 후자의 경우 영수증 잘 챙겨서 나중에 보내주면 나중에 체크(수표)로 보내줍니다.


b. 일정표: 빠르면 1주일, 늦으면 전날에 인터뷰 당일 일정표(itinerary 혹은 agenda)를 보내줍니다. 만날 교수들 파악하고 사전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3-4일전까지 오지 않으면 연락을 해서 미완성 버전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하세요. 늦는 이유는 보통 만날 교수들 중 1-2 slot을 채우지 못해서인데 그 외 대부분은 채워져 있기에 그걸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전조사에 대한 내용은 아래 적도록 하겠습니다.


c. 발표자료 : 빨리 만들고 연습을 시작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지원을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만드시길 권합니다. Research statement에 적힌 내용을 담도록 노력하되 꼭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는, 초청을 받은 이유 중에 커버레터와 연구 statement에 적힌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한 비중이 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싱크를 맞추려는 노력을 하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시간이 주어졌다면 발표만 대략 40분에 맞춰두시면 중간중간 질문 등에 답하다보면 1시간 거의 채울 것 입니다. 되도록 쉽게.. 학부생 정도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으로 수준을 맞추시고 중간에 진짜 핵심적인 부분(약 10분 내외)만 본인 연구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시는게 좋습니다. 어디서 본건데 시작 15분은 "너희 부모님께서도 이해하실 수 있을 정도로", 다음 10분은 "관련 연구분야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음 10분은 "해당 연구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10분은 다시 "그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준비하라는 조언이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다니면서 질문이 많이 나오거나 좋은 피드백을 받은 경우는 계속 고쳐나가시면 됩니다만 연습이 많이 되어있는 부분이 많기에 전체를 다 뜯어고치는 일 없도록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d. 발표연습 : 혼자 연습하지 마시고 동료들 모아서 여러차례 연습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워낙 일상에서 할일에 허덕이다 보니 퇴근하고 저녁도 차리고 육아도 거들고 가족들 자러 들어가면 밤에 발표자료 깨작대다 다음날 출근해서 또 업무를 하는 날들이 반복되어서 누구를 앞에 두고 연습한 적이 없었습니다. 포닥하러 새 도시로 와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소처럼 일만 하느라 편하게 밤에 불러서 연습할 친구도 없었구요. 인터뷰를 다니면서 발표를 한게 연습 겸 실전이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그래서 처음 한 두번은 정말 못봐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첫 학교에서 오퍼를 받다니...운이 억세게 좋은 듯 합니다.). 연습이 중요한 것은 1) 예상되는 질문들을 미리 알고 답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 상상 그 이상의 청중들의 무반응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있다, 정도입니다. 사실 2의 경험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쉽고 재밌게 설명을 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청중들은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거나 심지어 미간을 찌푸리거나 어떤 분들은 하품을 하고 적지 않은 분들은 졸기도 합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저도 누군가 잡토크를 오면 그랬던 것 같은데 그게 부정적인 마음의 표출이라기보다는 그냥 진지하게 발표를 듣는다거나 너무 피곤했던 탓이었던 건데 발표를 하러 앞에 선 입장에서 그런 청중들을 대하면 멘탈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연습하실 기회가 없다고 하면 2에 대해서 충분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e. 만날 교수님들 정보 정리 : 대표 연구분야 키워드를 기억해두시고, 최근 2년 이내 논문 중에서 본인의 연구와 그나마 가장 관련있으면서 임팩트 있는 것(예 : 좋은 학회나 저널에 출판된)을 한 부 출력해서 챙겨두세요. 따로 시간내기는 어려울텐데 가는 비행기에서 읽으시면 좋습니다. 어차피 발표 연습도 잘 안되거든요. 그리고 분야가 완전히 달라서 1도 모르는 경우는 괜히 모르는 분야 논문 보시느라 시간 쓰지 마시고 그냥 맘 편히 가시면 됩니다. 보통 본인 연구소개를 하고 답변을 하는 시간이 되거나 학교나 학과 얘기처럼 연구랑 관련없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꼭 해야할 질문 목록도 준비해가시기 바랍니다. 연구질문도 물론이고, 일반적인 질문들 준비해서 시간이 남으면 질문을 던지세요. 본인이 말을 많이 하면 지치게 마련인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할말을 줄이고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다음 논문이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Interviewing Successfully for Academic Positions: A Framework for Candidates for Asking Questions during the Interview Process (URL: http://www.macrothink.org/journal/index.php/ije/article/view/4424)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에 대해 한 가지 팁을 더 드리겠습니다. 만날 교수들에 대한 사전 조사 내용을 워드 파일에 정리해서 PDF로 만든 후, 핸드폰에 저장해둔 후 인터뷰 당일에 시간 날때마다 봤습니다. 만남 사이에 화장실을 최대한 가도록 노력해서 문서를 보고 다음 만날 분에 대한 정보와 질문을 상기시켰습니다. 한쪽 컬럼에는 사진, 이름, 보직을 적고 다른 한쪽 컬럼에는 연구분야,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f. 학교와 학과에 대한 정보 정리 : 특이사항이 있다면 잘 기억해두세요. 연구 관련이 아니라 스포츠팀이나 동네에 관련된 것들도 나중에 대화거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g. 짐싸기 : 가방은 따로 부치시지 마시고 다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도록 가볍게 싸시기 바랍니다. 미국 국내선의 경우 짐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 경유지를 거치는 경우에 더욱 그렇습니다. 몇 번 다니다보니 백팩 하나와 정장을 넣은 가방, 인터뷰 당일에 들고다닐 작은 랩탑/서류가방 하나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품목은 양복, 셔츠2 (하나는 만약을 대비), 넥타이1, 구두, 속옷, 양말, 잠옷, 세면도구, 랩탑, 각종 충전기, 슬라이드 리모콘 (준비된 곳을 한 군데도 못봤습니다. 직접 준비하세요), 여권, 인터뷰 일정표, 만날 교수들의 논문들, 잡포스팅 정도였고 여벌의 옷은 챙겨가지 않고 갈때 입은 옷 올때 입었습니다. 옷 한벌 더 챙겨가면 기내용 백팩 하나로 부족해지거든요.


h. 비행/도착 : 학교나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교통비도 보통 청구가 가능하니 너무 돈 아껴가시려고 하지 마시고 바쁘면 우버타고 가시면 됩니다. 공항에서 먹은 식사도 다 청구할 것이니 영수증 잘 챙기시구요. 저는 물 한병 산것 까지 따로 청구하긴 좀 괜히 그래서 가능하면 식사 주문하면서 bottled water도 같이 주문했었습니다. 비행기에서는 만날 교수들 논문 읽느라 거의 쉬지는 못했는데 너무 피곤한 경우엔 귀마개와 안대를 준비해서 되도록 편하게 쉬려고 노력했습니다. 랩탑 꺼내고 넣기 번거로워서 논문 읽으면서 여백에 중요한 부분, 질문할 사항들을 메모해두고 환승공항이나 호텔에 도착하여 위에 e항목에서 말씀드린 문서에 정리를 했습니다. 도착해서 저녁도 먹고 발표연습도 충분하게 했습니다. 호텔마다 다 티비는 있기 때문에 HDMI 케이블을 준비해서 발표 스크린처럼 이용했습니다. 한번 연습에 1시간이 소모되므로 3번 정도 이상 연습 해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2. 발표

연습 잘 하셨으니까 긴장하지 말고 들어가세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개그우먼 장도연씨가 무대에서 너무 긴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썼다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저도 이용해봤는데 아주 좋습니다. 제가 직접 적기는 좀 민망하구요..ㅋㅋㅋ 다음 링크 가셔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유튜브 영상). 저는 종교가 있는데 시작 전에 속으로 기도도 했는데 든든한 빽이 생긴것 같아서 긴장이 많이 풀렸었습니다. 이럴 때만 찾아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면서요ㅎㅎ

시작 전에 화장실 꼭 가시고 옷매무새도 잘 다듬으시구요. 한 학교에서는 교수님들만 20명 이상 모아두고 발표를 했고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까지 100명이 넘는 경우도 많았는데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는 표현이 뭔지 사무치게 느꼈습니다. 중간중간 물 많이 마시시구요. 아이컨택 잘하시고 중간중간 질문 없나 확인하시구요. 질문을 받으면 좋은 질문이라 추켜세워주는 것, 질문자의 목소리가 작다면 나머지 청중을 위해 한번 정리해서 말하신 후에 답하시는 것도 좋구요. 질문에 답하고는 잘 대답이 되었는지 확인도 하시구요. 너무 디테일한 질문이 나오면 끝나고 얘기하자는 식으로 넘기시는 게 좋습니다. 발표할 내용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다들 잘 알고 누구 인생 망치려고 덤벼드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충분히 양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3. 교수들과의 만남

본인이 말을 많이 하게되면 굉장히 피곤해지는 시간이고 적절한 질문들을 잘 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벌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교수님들의 사진과 이름, 연구 키워드와 질문할 거리 등을 미리 워드파일로 정리해서 핸드폰에 넣어두고는 만남 전에 잠깐씩 보았습니다. 국적불문하고 교수님들의 특징은 말하기를 워낙 좋아하신다는 것.. 자기 연구에 애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점을 잘 활용해보세요. 자랑하고픈 심리를 잘 자극해주시면 쉼 없이 말씀하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적당한 추임새를 넣으며 휴식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화장실 챙겨가시는 것 잊지마시구요. 화장실 가는 시간이 거의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되도록 매번 화장실을 가시면 위 1-e 항목에서 말씀드린 문서를 읽어보실 기회도 생기고 긴장도 풀고 좋습니다.

보직교수님들을 만나는 것은 또 다릅니다. 딘(학장)이나 학과체어/헤드(학과장)는 별일 없으면 반드시 만나시게 되고 경우에 따라 Vice President of Research 같은 분들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딘이나 VP의 경우는 그 분들 수준의 질문--학교의 계획, 공과대학의 계획, 미래 등등--을 하시고 학과체어/헤드의 경우는 테뉴어, 티칭, 서비스, 임용일정 등등에 대해서 물어보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딘, VP는 임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딘의 파워가 센 곳은 입김이 좀 있기도 하구요 (만약 딘이 연구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했다면 딘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그냥 테뉴어 심사과정, 우리 단과대의 발전방향 등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학과 체어의 경우는 투표로 선발되는 경우가 많고 임기가 정해져있는 봉사직의 개념이 크구요. 파워가 세지 않습니다. 학과의 의견을 조율해서 결론내리는 사람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헤드의 경우는 위에서 임명한 경우가 많은데 학과 내에서 파워도 있고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기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구요. 대부분 체어인 경우가 많았는데 혹시 헤드인 경우에는 좋은 인상을 주려고 더 많이 노력하시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4. 저녁식사

크게 어려운 자리 아니니 부담없이 가시기 바랍니다. 대화를 이끌어가려는 부담을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그건 호스트가 해야할 역할이니까요.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리액션을 보이시구요. 딱히 너무 할 말이 없고 교수님들도 말씀이 없으시면 음식이 맛있다고 그런 얘기도 해보시구요. 다만 이 자리가 여전히 평가를 받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마시고 예의바르게 행동하시고 음주를 하게 된다면 본인이 취하지 않을 정도로 (보통 1잔 이하로만) 마시길 권합니다. 저는 5군데 모두 알콜을 권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영수증 처리가 안되는 항목이라 그런듯...).


5. 인터뷰 후

Thank you 이메일을 보내야할 시간이죠. 24시간 이내에만 보내라고 합니다만 저는 호텔에와서 바로 보냈습니다. 학과 체어와 호스트 교수님께만 보내도 된다는 말도 많지만 저는 만난 모든 교수님들께 짧게라도 보냈습니다. 교수님 뿐만 아니라 잡무를 처리해준 학과 직원에게도 보냈습니다. 근데 이걸 보낼 사람들이 최소 10명은 넘어가므로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리고 나서는 맥주 한 잔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을 짧게 갖고 다음날 이른 비행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6. 그 밖의 조언

학교마다 다 다른 경우가 많지만 보통 아침식사-교수들 만남-발표-교수들 만남-커미티/체어 만남-저녁식사의 순으로 이어집니다.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 만나서 긴장하고 말 많이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는데 카페인 적절하게 섭취하시고 전날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초콜렛 같은것 가방에 넣고 다니시면서 중간중간 지칠때 드시구요. 입에서 단내나도록 떠들게되니 입냄새 제거하는, 입에서 녹는 얇은 종이 같은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어요ㅠㅠ)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면서 시간날 때마다 드시구요. 핸드폰은 알림 오지 않게 무음으로 해두시고 왠만하면 꺼내서 보시지 않도록 하구요. 겨울에 인터뷰를 많이 다니실텐데 저는 초경량 패딩을 가져가서 실내에서는 가방에 넣어 짐을 최소화 했습니다. 스몰톡/엘레베이터톡 같은거 준비를 하시면 도움이 되긴하겠지만 그거에 시간 쓸 여유가 없으므로 그냥 다른 거에 시간을 투자하세요. 이동하면서 대화를 할 때에는 주로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상대방이 나온 학교가 본인과 관련이 있다면 (같은 학교거나 같은 주에 있었다거나, 가본 학교/도시거나 등등) 기억해두셨다가 언급을 해보시면 반가워하는 얼굴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한번 빼고는 다 먹혔습니다. 제가 박사를 한 주변 학교에서 포닥을 하신분께 아는척을 했더니 자기는 거기 6개월도 안있어서 잘 모른다고...ㅎ 나머지는 다들 많이 반가워하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조언... 그리고 가장 흔한 조언.. 바로 Be yourself 하세요. 하루 종일 밀착해서 인터뷰를 당하다보면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이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서 만나시게 될 분들은 그런 것들을 보는데 도가 튼 분들이 많으시구요. 그러니 꾸미려고 들면 다 티가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겸손하고 수줍은 모습보다는 자신감있고 웃는 표정으로 밝게 하루를 보내시구요. 본인이 소속되어왔던 어떤 학교, 기관, 단체를 비롯해 과거/현재의 동료, 지도교수, 보스 등에 대해 절대 부정적인 말씀을 하시면 안되구요. (예 : 내가 있던 이 학교는 내 분야는 좋았지만 이런이런 부분은 별로였어, 우리 지도교수는 사람은 참 좋았는데 바빠서 만나기가 힘들었어 등) 긍정적인 사람으로 인상을 남기시려고 노력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드린 단편적인 조언들을 바탕으로 준비 잘 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궁금하신 점은 댓글 달아주시면 또 추가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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