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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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되기-탈출의 서막 https://brunch.co.kr/@cnam/42/
미국 교수되기-탈출기의 시작 https://brunch.co.kr/@cnam/46
미국 교수되기-첫 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7
미국 교수되기-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8
미국 교수되기-첫 초대 https://brunch.co.kr/@cnam/49
미국 교수되기-온캠퍼스 https://brunch.co.kr/@cnam/51
미국 교수되기-기다림 https://brunch.co.kr/@cnam/52
미국 교수되기-오퍼 https://brunch.co.kr/@cnam/53
미국 교수되기-엔딩 https://brunch.co.kr/@cnam/56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기다림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연구를 하시는 분들은 다들 비슷한 종류의 기다림을 경험해오셨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유학 나오기 위해 지원서류를 제출하고 몇 달간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순간이 가장 길고 고달팠던 기다림의 시간이었고 포닥 자리를 구하던 시간도 마찬가지로 마음 고생이 심했었습니다. 또한 논문을 제출하고 리뷰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던 시간들 또한 그러했구요. 여러 상황 속에서 기다림을 경험하며 나름 기다리는 데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온캠퍼스 인터뷰를 마치고 기다리는 이 시간은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총 네 군데 온캠퍼스 인터뷰를 다녀왔습니다. 처음 인터뷰는 준비가 미처 다 안된 상황에서 절망적으로 임했으나 생각보다 선방을 했었습니다. 다만 너무 긴장해서 인터뷰가 끝난 날은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두번째 인터뷰는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고 갔습니다만 그게 독이 되었는지 시원하게 국밥을 한 그릇 말아먹고 왔습니다. 실제 진행 중인 강의 중 한 시간을 맡아서 가르치는 것을 포함해서 이틀에 걸쳐 총 세 가지 발표를 했어야하는 빠듯한 일정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첫 날 연구계획 발표는 어떻게 잘 끝냈는데 일정을 마치고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숙소에 돌아와서 일찍 잠들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있을 발표 연습을 하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녹초가 되어버려서 9시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너무 피로가 쌓였던 것 같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연구발표에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정말 발표를 하던 중에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짐싸서 나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거의 80명 이상이 되는 학생들, 교수님들이 앞에 앉아있는데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잘 보여서 더욱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잠을 잘 자고 체력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첫날 저녁식사는 정말 최악이었음에 반해, 다행히 둘쨋날 저녁식사를 함께한 교수님들이 유머가 넘치고 웃음이 많은 분들이라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얻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와신상담이라고 하죠. 이 두번째 인터뷰 2주 후에 또 다른 인터뷰가 잡혀있었는데 정말 며칠동안 발표자료를 달달달 외웠습니다. 매일 밤 몇 시간씩 연습을 했습니다. 출퇴근 길에 버스에서, 길을 걸으며 중얼거리며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연습을 한 결과 세 번째 학교의 인터뷰는 무난하게 끝마쳤습니다. 한번 자리를 잡아두니 네번째 학교는 좀 더 익숙하게 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 중에 상황봐서 적당히 애드립을 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꼭 가고 싶은 학교는 일정을 최대한 뒤에 두라는 말이 정말 중요한 조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네번째 학교에서 겪었던 특이했던 경험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인터뷰에서는 결혼 유무, 자녀가 있는지 여부, 국적 등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허용되는 질문은 출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가족에 대해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질문), 어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출신 국가에 대해 간접적으로 유추 가능) 같이 유추를 통해서 짐작이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듣는다해도 직접적으로 국적이나 혼인 여부를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지요. 그런데 이 네 번째 학교는 무슨 일인지 아침에 처음 만난 학과 직원부터 결혼은 했냐, 한국에서 왔냐 같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이 사람이 좀 특이한 케이스인가보다 싶었는데 그날 하루 종일 만난 교수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종류의 질문을 많이 했었습니다. 심지어 학과장까지도 자녀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모두들 악의는 없었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당황스런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제대로 교육이 안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특별히 이런 질문들이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은 아니라서 굳이 대답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1) 대답한다, 2) 적당히 피한다, 3) 적합하지 않은 질문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대답을 거부한다, 등이 있습니다만 사실 3의 방법을 택하기는 쉽지가 않죠. 대처법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잘 정리 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링크).
아무튼, 그렇게 네 번째 인터뷰까지 마치고 이제 다 정리되고 기다림의 시간만이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총 13군데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그 중에 11군데와 전화 인터뷰를 했고 그 중에 총 5군데에서 초청을 받았으며 취소한 한 군데를 제외하고 총 4군데에서 온캠퍼스 인터뷰를 봤습니다. 이렇게 몇 달에 걸친 프로세스가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제가 정말 가고 싶은 한 곳에서 온캠퍼스 초청이 왔습니다. 아직 일정이 최종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3월 안에 인터뷰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마지막 학교에서의 인터뷰 경험과, 이전에 인터뷰를 했던 곳에서 어떤 결과를 제게 통보해주었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생경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너무 힘들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모쪼록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