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전 한 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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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되기-탈출의 서막 https://brunch.co.kr/@cnam/42/
미국 교수되기-탈출기의 시작 https://brunch.co.kr/@cnam/46
미국 교수되기-첫 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7
미국 교수되기-전화 인터뷰 https://brunch.co.kr/@cnam/48
미국 교수되기-첫 초대 https://brunch.co.kr/@cnam/49
미국 교수되기-온캠퍼스 https://brunch.co.kr/@cnam/51
미국 교수되기-기다림 https://brunch.co.kr/@cnam/52
미국 교수되기-오퍼 https://brunch.co.kr/@cnam/53
미국 교수되기-엔딩 https://brunch.co.kr/@cnam/56
에필로그 : 대학 교수의 길
지난번 글에서 마지막에 드렸던 말씀은... 전화 인터뷰 후 너무 시간이 흘러 기대않던 한 학교에서의 온사이트 초청에 대한 후기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오퍼에 대해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길래 새 글이 나왔느냐면... 드디어 오랜 기다림의 끝에 오퍼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두 학교에서 말이죠. 위에 보시면 "전화 인터뷰" 글에서 나온 학교 7과 학교 13에서 감사하게도 제 한 몸 뉠 자리를 제안해주었습니다.
학교 13으로부터는 제가 여러 후보자 중 1순위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학교 7의 경우는 제가 인터뷰를 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약 2달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아 2순위거나 3순위인 것으로 보입니다. 두 학교 모두 오퍼 수락에 대한 최종결정까지 1-2주 정도의 기한을 주었습니다. 학교 13의 경우 제가 1순위라 그런지 생각보다 좋은 조건들을 제시했습니다. 연봉, 학생 지원, 스타트업 펀드, 출장비, 이민절차관련 지원, 공간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학교 7의 경우 후순위 후보자여서인지 네고가 거의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협상!
학교 9에 인터뷰를 갔을때 커미티 체어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아주 훌륭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바로 "네고"에 관한 것이었는데 추후 어디서든 오퍼를 받았을 때에 세부 조건들에 대해 어떻게 협상을 해야하는지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연봉은 주립대의 경우 교수들 연봉이 공개되어 있으니 비슷한 선을 요구하라는 것이었고 모든 오퍼 항목에 대해서 따로 따로 협상을 해야하며 모든 요구에는 근거가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펀드 중 장비구매에 관한 것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매년 따로 따로 산정하여 구체적으로 요구를 해야한다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사용할 컴퓨터의 경우 첫 해에는 3대 정도를 구매하고 1년 후에 새로운 학생들 오면 2대를 더 구매하며, 3년 차에는 기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야하므로 이러이러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요청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박사과정학생 및 포닥에 대한 재정적 지원 이 필요하다고 하면 왜 필요한지 ('초반에 셋업하는데 인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연구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학생을 데려다 쓸 수는 없으니 포닥이 필요하다'라는 식) 모든 요청에는 근거를 달아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웹서치를 좀 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긴한데 인터뷰 다니느라 정신없던 제게는 정말 꿀과 같은 조언이었습니다. 이 조언을 토대로 학교 13에는 조율과정에서 엑셀 파일에 제가 필요한 모든 장비목록과 필요한 이유, 해당 금액, 온라인 판매 사이트 링크를 포함해서 보냈고 거의 대부분 반영되어서 한국돈으로 2억에 가까운 스타트업 펀드가 산정되었습니다.
그 밖에 오퍼에 포함되는 내용은 여름방학 월급지원 (연봉은 여름방학을 제외한 9개월 기준으로만 나오고 여름월급은 여름학기 강의를 하거나 과제를 따서 거기서 월급을 받아야하는데 초임교수는 수업하기엔 부담이 많고 과제도 없을테니 처음 1-2년 정도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있음), 출장비, 티칭로드 (처음 2년간은 1년에 2과목으로 줄여주는 경우가 많음, 보통 1년에 3과목이 일반적), 영주권/비자 신청 지원 (가족은 제외하고 본인만 해주는 경우가 많음), 연구실/실험실 공간 (본인 오피스는 당연히 제공, 학생들 공부할 공간도 원래는 학과에서 주는 경우가 많음, 주로 실험공간에 대한 항목), 이사비용 정도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두번째 방문 (가족들 동반하여 house hunt, 실험공간 사전 시찰(?)등의 목적)을 요구해볼 수 있습니다. 연봉협상의 여지는 (월등한 경력과 실력이 뒷받침되지는 않는한) 적은 듯 하고 여름월급, 스타트업 펀드, 학생지원 등이 주 협의 사항인듯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 1명을 2년동안 RA 지원해주고 1명은 2년간 TA자리를 주겠다, 혹은 2명을 펠로십을 주겠다, 이런 식입니다. 여기에 포닥을 더 요구해볼 수도 있겠지요. 여름월급도 2년간 매년 1달씩 주겠다는 것을 2년간 매달 2달어치를 달라고 할 수 있겠구요. 다만 말씀드렸듯이 모든 요구에는 근거를 다셔야 씨알(?)도 안먹히는 상황을 피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렇게 두 곳에서 오퍼를 받고 사전조율도 조금 해뒀지만 문제가 좀 있습니다. 이 두 학교는 생각할 시간을 그리 길게 주지 않았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그 "기대않던" 학교는 이전 글에서 학교 12에 해당하는 곳으로 제가 온사이트 초청을 받은 곳 중에 가장 좋은 학교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랭킹이라는게 크게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 학교 12는 제가 온사이트 인터뷰를 치룬 나머지 네 곳과는 급 자체가 다른 곳이기 때문에 많은 욕심이 나는 곳 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3월 중순에 인터뷰를 갔을 때 제가 처음으로 방문한 후보자였고 4월 중순까지 많은 인터뷰가 예정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제는 이 학교에서 오퍼를 내는 시기까지 기다리다보면 앞서 받은 오퍼들의 마감 시한이 지나버리게 됩니다. 학교 13은 약 2주의 시간을 주었고 학교 7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을 주었습니다. 학교 7의 경우 내일 통화해서 연장을 요청하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그리 긴 시간을 벌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교 12에 연락을 해서 결정을 좀 일찍 내려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아마도 그때까지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을 것 같다"였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그때까지도 이렇다할 결정이 나진 않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크나큰 베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적당해보이는 두 오퍼 중에 좋은 것을 택하기 보다는 그 두 곳을 포기하고 제가 정말 욕심이 나는 학교 12의 오퍼를 기다리고자 합니다. 이 베팅의 결과로 저는 아무런 것도 손에 쥐지 못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학교 12의 조교수로서 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겠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고 설레입니다. 추후 또 글을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추가 : 학교 7과 통화를 했습니다. 사정상 결정할 시간을 더 줄수는 없고 우리는 다음 후보자를 불러서 인터뷰를 해야만한다, 하지만 너를 여전히 후보자 리스트에 올려두겠고 다음 후보자가 맘에 안들면 다시 너에게 연락을 주겠다, 라고 결정을 내려줬습니다. 제게는 아쉽지만 가장 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학교 12를 기다려봐야죠. 학교 12에는 학교 7에 대한 오퍼도 업데이트 해줬습니다. "나 그래도 인기가 좀 있으니 나를 놓치면 안돼!"하는 압박을 주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