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변호사가 의뢰인을 만나는 것을 ‘천수답(天水畓)’에 비유하곤 한다. 빗물에 의하여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처럼 인위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변호사 영업 변천사 '명함에서 유튜브로'
그렇다고 하늘만 쳐다볼 수 없어 나름 자신을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중의 하나가 명함이다. 그래서인지 변호사가 명함을 건네면 영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사람과의 만남이 변호사로서 나를 알리는 영업으로 비치는 게 거북하다.
변호사 업계에서 영업을 하는 방식은 인터넷 광고, 블로그, 유튜브, 방송 출연 등으로 주류가 바뀐 지 오래다.
인터넷 광고는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의 이름이 노출되는 방식 등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는데 대개는 사무실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고가(高價)이다. 블로그 역시 성실한 변호사들은 직접 작성하지만, 아예 블로그에 올릴 내용을 작성해 주고, 인기 블로그로 만들어 주기까지 하는 전문업체도 있다.
이렇게 보면 밑천 없는 변호사가 자신을 알리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은 유튜브 활동이다. 하지만 언변(言辯)이 받쳐 주어야 하고, 그 내용도 보는 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유익해야 한다는 큰 산을 넘어야 ‘구독과 좋아요’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방송 출연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 데다, 언변에 더해 외모도 보는 것 같아서 적어도 필자에겐 관심 밖이다.
변호사 3만 명 시대다. 2024년 7월 24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변호사는 35,774명이고, 그중 개업 변호사만 29,646명이다. 소위 전관(前官) 변호사도 아니고, 인터넷 광고를 할 만큼 돈도 없고, 언변도 모자라며, 방송에 적합한 외모도 아닌 필자 같은 천수답 변호사는 이제 밥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 온 것인가?
가장 이상적인 영업방식은 성실한 사건 수행으로 입소문이 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 년간 특정 분야나, 지역에 명성을 쌓은 변호사는 따로 광고를 하거나 명함을 돌리지 않아도 사무실이 유지된다. 이 정도 되면 자신은 이름만 걸고, 실제 일은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들이 대부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변호사 사무실이 기업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자신이 일일이 직접 상담하고 서면을 작성하며, 심지어 수임료도 양심적으로 받는다. 의뢰인들에겐 가성비 최고의 변호사인 셈인데, 일하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아 변호사들이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천수답의 다른 말로 천둥지기가 있다. 가난한 농부들이 물길이 닿지 않는 논을 부치다 보면, 비가 오지 않아서 제때 모내기를 못 하는 일이 많다. 그런 때는 천둥이 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천둥지기’다.
우두커니 하늘만 바라봐야 한다는 뜻에서 ‘하늘지기’, ‘하늘바라기’라고도 한다. 우리말 연구가인 박남일이 쓴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은 천둥지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사람을 레인메이커(Rainmaker)라 불렀다.
이스라엘 남북 왕국의 역사를 담은 구약성경 열왕기(列王記)의 저자는 3년 6개월 동안 가뭄으로 황폐해진 이스라엘 땅에 선지자 엘리야(Elijah)가 기도로 비를 내리게 했다고 기록한다. 레인메이커의 실례(實例)인 셈이다.
쩍쩍 갈라진 천둥지기에 단비를 내리게 할 기우사(祈雨師)적 레인메이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맺힌 사연으로 타들어 가는 속을 변호사의 영업 갈증에 비길 순 없다. 천둥이 치면 어디 천둥지기에만 비가 내리랴. 레인메이커가 나타나 곳곳의 목마름을 해갈해 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