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문을 닫는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거의 반사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게 된다. 별생각 없이, 습관처럼.
그런데 어느 날, 그 단순한 행동 하나가 내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생겼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문을 조금 더 열어두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한 달쯤 전이다. 아파트 공동현관 앞. 누군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섰고, 나는 우편함에 들렀다. 몇 걸음 뒤에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는데, 딱 문이 닫히는 찰나였다. 속으로 '설마…' 했지만, 그대로 올라가 버렸다.
내가 뒤에 있었단 걸 몰랐을 리 없다. 그 짧은 몇 초를 기다리기 힘들었을까. 그 사람도 나름 급한 일이 있었을 테지만, 솔직히 마음이 좀 상했다.
그날 저녁,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비슷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단 걸 알았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나라고 다를 리 없겠지.'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습관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그렇게 해왔다. 그럼 누군가 나처럼 엘리베이터 앞에서 헛걸음을 했을 수도 있는 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허탈하게 문 닫히는 것을 바라봤을 수도… 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혼자 탈 땐 ‘닫힘’ 버튼을 누르지 말자. 길어야 5초쯤 기다리는 것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한 달쯤 지났다. 두어 번 실수한 걸 빼면, 나와의 약속을 꽤 잘 지키고 있다. 기다리는 그 몇 초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공고문도 자세히 보게 되고, 광고 보는 재미도 있다.
며칠 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카트에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택배 기사님을 보았다. 갈 때는 못 봤으니 아마도 우리 라인에 배달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역시나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바퀴 끄는 소리가 들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문 닫고 올라갔을 텐데, 이번에는 기다렸다. 잠시 후, 기사님이 들어오셨다.
단말기를 보며 층수를 누르는데, 우리 집 도착 전에 세 군데나 배달할 곳이 있었다.
첫 번째 층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이 살짝 눈치를 보는 듯했다. 서두르려는 기색이 보여 한마디 건넸다.
“잡아드릴 테니 천천히 하세요.”
그 말에 기사님이 짧게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배송을 마쳤다. 돌아올 때마다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하셨고, 나는 조용히 '열림' 버튼을 눌렀다. 두 번 더.
사실 별것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엘리베이터 문을 몇 초 더 열어둔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상하게도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얼마나 자주 나 혼자 빨리 가고 싶어서 문을 닫아 버렸는지'
'누군가를 기다릴 여유조차 없이 살아온 건 아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조금 더 느긋해졌다. 문을 덜 닫으면서, 마음은 더 열리게 된 기분이랄까. 일상 속 작은 선택이, 가끔은 사람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닫힌 문 앞에서, 나는 오늘도 다시 한번 열림을 선택해 본다.
✍️ 어쩌면 나는 늘 '닫힘'에 익숙했고, '열림'에는 어색했는지도 모른다. 이게 결국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대할 때도, 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닫아 버린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