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외면하지 않는 이유

Sep 8. 2025

나는 외로움을 내 방식대로 관리하며 살아왔다.

누군가는 외로움을 사람으로 채우고, 누군가는 일로 덮고, 또 누군가는 음악이나 영상, 혹은 잠으로 피한다. 예전에 나는 일로 덮고, 음악이나 영상으로 덮고, 잠으로 덮었다. 요즘 나는 글과 고요함으로 덮는다. 외로움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퇴근 후 혼자 운전하는 차 안, 모임이 끝나고 혼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긴 하루를 마치고 휴대폰 화면을 켰을 때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던 순간이 그렇다. 그럴 때 나는 억지로 소란을 만들지 않는다. 혼자라는 사실을 덮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다. 음악을 켜고,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혼자 두면 더 탈 나는 거 아니야?”

누군가는 말한다. 맞다. 외로움을 더 깊게 파 내려가는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그 바닥 어딘가에는 반드시 내 진짜 마음이 있다.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예전엔 외로움이 무서웠다. 고독이란 말은 어른의 단어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단어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여린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외로움은 나를 다치게 하기보다 내 안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지금 너 괜찮니?' '지금 이 마음은 어디서 왔니?'이다. 질문이 쌓이면 하나의 글이 되고, 하나의 호흡이 된다. 외로움을 관리한다는 건, 그 감정을 잘 다루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억누르거나 도망치는 게 아니라, 함께 걷는 방식으로 감정을 다룬다. 나는 나의 외로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가끔은 일부러 외로움을 느낄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굳이 사람이 붐비지 않는 카페를 찾아가고, 예약자가 적은 상영관을 찾아 영화를 보고, 혼자 걷기 좋은 골목을 걸으며 생각을 쌓는다. 그 시간은 고립이 아니라 회복이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너는 사람 안 만나도 잘 지내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나는 사람 없이도 잘 지낸다. 그건 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는 법을 조금 더 익숙하게 배웠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외로움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그 감정은 나를 집어삼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