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점점 아이처럼 변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날이 많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늘 뒤로 미루곤 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시간이 흐르고, 관계는 달라진다. 그 사이 우리는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얼마 전, 아내와 입원 중이신 장인어른을 뵈러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에 있는 게 답답하신지 대화 중 낯선 모습을 몇 번 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을 거라 다독였지만, 사위의 마음이 딸의 마음만 하겠는가.
또 다른 날은 아버지를 모시고 치과에 다녀왔다. 차 안에서 아버지는 지갑을 뒤적이시더니 소비 쿠폰 카드를 내게 건네주셨다. 당신은 쓸 데가 없다고 하시면서. 걷기가 불편해 외출이 쉽지 않으시고, 당뇨 때문에 식단 조절까지 하시는 아버지에게 그 카드는 정말 쓸모가 없으셨을 거다. 아버지가 치료를 받는 동안 아내는 쿠폰을 쓸 수 있는 동네 마트를 찾아 나에게 알려주었다. “필요한 것 좀 사다 드리자”라고 말했다.
입원 중에도 딸의 삶을 먼저 걱정하고, 불편한 몸으로 동사무소까지 가서 받아 온 쿠폰을 아들에게 건네는 아버지. 그런 시아버지를 위해 필요한 것을 살 곳을 알아보는 아내. 각자가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 느껴져 고마웠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나는 이제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더 자주 하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은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그 말 한마디가 결국 후회로 남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어제는 오늘이 되고, 오늘은 내일이 되지만 그 흐름 속에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빈자리가 남는다.
나이를 먹어간다.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흘러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을 미루지 말자. 오늘, 지금 한 번 더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