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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안부를 묻다

by 아마토르

카톡을 열었다.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날짜는 2023년 11월 7일. 뭐 그리 바빴다고 종종 안부도 묻지 않았나' 내 안의 또 다른 녀석이 슬며시 타박한다. 일요일에 카톡을 보내는 건 회사 다닐 때나 하던 짓이라며 한순간 주저했지만, 마음속의 울림은 이미 행동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는 나의 아픈 손가락이다. 한때 그의 상사였지만,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나는 그를 보호하지 못했다. 내가 부족한 영역을 믿고 의지했던 동료였음에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돕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떠났고, 나는 붙잡지 못했다. 염치 불고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면 그에게 전화해 해결책을 찾곤 했다. 싫은 기색 없이 내 고민을 들어주던 참 좋은 사람이었다.


오늘, 책을 읽다가 문득 그가 생각났다. 어쩌면 연이 다했을지 모르는 인연. 하지만 지금 연락하지 않으면 또 미뤄질까 조심스레 문자를 남겼다. 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

반가움이 묻어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느 때처럼 예의 바른 문장을 보니, 여전히 그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장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하다. 해야 할 일을 해낸 듯.



실행력과 유머, 또 다른 인연


뒤이어 생각나는 이가 있었다. 내가 한때 “실행력 하면 이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 동료. 거기에 내게 없는 유머 감각까지 겸비한 사람이라 함께 있으면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앞선 이보다는 자주 보는 사이다.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날짜는 2024년 12월 23일.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일 년에 두 번 만나는 사이면 절친 아닌가. 마찬가지로 생각난 김에 약속을 잡는 게 좋겠다 싶어 실례를 무릅썼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맥주 한 잔 곁들이면 좋겠다고.


평범한 카톡 몇 줄이지만, 그 속에서 오래된 인연과 굳건한 우정, 그리고 내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하루의 소소한 순간이 누군가와의 연결을 확인하게 하고,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이런 사소한 연결의 순간이 삶의 작은 위로가 된다.


✍️ 오늘, 혹은 최근에 문득 떠오른 사람에게 연락을 건넸는가. 아니면 아직 미뤄 두고 있는 메시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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