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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May 19. 2023

혼자서는 어려워 도움을 청할 때, 나는 더 강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18

고등학생 때까지 학교 수업 중에 모르는 부분이나 어려운 문제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질문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가서도 모르는 부분이나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면 또 번쩍 손을 들고 질문했다. 어떤 선생님은 좋은 질문이라면서 칭찬을 해주고, 또 다른 선생님은 생각 좀 하고 질문하라면서 구박했다. 정말 몰라서 어렵게 용기 내어 질문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설명이 아닌 구박이라니..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선택한 전공인 전자 공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학과 동아리에 가입했다. 신입생이기 때문에 정규 학과 수업에는 전공과목이 많지 않았지만,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어셈블리어, C언어, 자료구조 알고리즘, 마이크로 프로세서, 심지어 납땜과 컴퓨터 수리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어떤 것부터 질문해야 할지도 몰랐다. 선배를 찾아가 질문을 할 때면, 선배는 언제나 "인터넷에 다 있으니까 먼저 찾아보고 다시와"라면서 나를 다시 돌려보냈다. 여러 차례 시도와 연속되는 실패로 혼자 끙끙 앓면서 포기가 눈앞에 보일 때, 비로소 짠하고 선배가 나타나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대학교 4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는 진념.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찾아낸 해결책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때, 온몸의 신경에서 느껴지는 아드레날린은 참 짜릿하고 중독적이다. 하지만, 그 단점을 발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미국 대학원 생활, 그리고 해외 직장 생활을 경험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오히려 더 많은 문제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혼자서 어려우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래도 괜찮다. 아니, 그래야 내가 더 강해진다.


There is nothing shameful or embarrassing about asking others for help.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어려운 문제 또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혼자 고민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이러한 훌륭한 경험은 어디에서 돈 내고 배울 수 있는 능력도 아니다. 하지만, 이게 또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 부끄럼을 느끼거나 창피함을 느낄 필요는 절대 없다. 


사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어린 내게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독불장군(Maverick)처럼 혼자서 나마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모습이 더 멋져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단지 뾰족한 나의 성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 오히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돈도 더 많이 들고, 에너지 또한 더 많이 소모된다. 그저 자존심 하나만을 위해서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또한, 이는 정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해 보지만, 거듭되는 실패에는 그 누구도 혼자서 강하게 버티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속에 있는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표출하고 다시 앞으로 나가야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을 혼자서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 불면증, 우울증 등의 온갖 질병들이 나도 모르게 찾아온다.


따라서, 혼자서 어려울 때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특히, 성공한 사람들이 더 큰 성공을 하기 위해서 멘토를 찾는 일도 이에 해당된다. 한 때, 미국 NBA 계를 점령했던 강력한 멘탈의 소유자인 마이클 조던도 수많은 멘토와 코치들과 함께 하면서 그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혼자서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분명히 연습이 필요하다. 나의 부족함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서 도움을 요청할 때, 비로소 나 자신이 더 강해진다.


We are stronger together.

 

혼자서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해야 하는 3가지 이유


1. 포기를 피할 수 있다.

You can avoid giving up.


혼자서 강하게 버티다 보면 반드시 더 큰 어려움에 부딪친다. 멘탈이 강한 사람들은 이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쉽사리 넘어갈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서서히 멘붕에 빠진다. 빠른 시일 내에 멘붕 속에서 탈출하면 좋겠지만, 그들 중에 몇 명은 결국 포기를 생각한다. 물론, 포기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실적인 상황과 찰나의 타이밍에 따라서 가끔은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가 자신의 선택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포기하기 전에 한 번쯤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물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확실히 도움이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는 그 순간이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만의 고뇌와 고통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그 순간 정신적인 힐링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도전해 보는 것이다.


특히, 상담 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서는 혼자서 싸우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물론, 처음부터 편하지는 않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의견을 들었을 때 생각보다 일이 더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따라서, 스스로가 나아지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도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다.


Chris & Jua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모바일 수리 및 세일즈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공대 출신이라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은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팔아야 하는 세일즈는 처음부터 너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처음에는 모바일 수리에만 집중하여 외국인 손님이 방문해도 일부러 모른 척하기 바빴다.


3개월 이후,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곳에서 세일즈 매니저 Jua님을 만났다. 처음부터 그녀가 외국인 손님을 상대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웃는 얼굴로 먼저 손님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Hi, how are you?"라고 안부를 물어보면서 순식간에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손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름 영어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퇴근을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릴 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Jua님, 저.. 세일즈.. 좀.. 도와.. 주세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저 무언가를 파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내게 그녀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웃으면서 인사하기, 단답형이 아닌 질문형으로 대화하기,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끝까지 좋은 인상 남기기 등 수많은 스킬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계속 시도하게 되면서 어느새 내 몸이 자연스럽게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손님의 인상착의를 자세하게 관찰하면서 칭찬을 건네고, 한번 방문했던 손님은 잘 기억해서 재방문했을 때 안부 인사를 건네는 등의 나만의 스킬도 점점 개발할 수 있었다. 마침내 단골손님도 많이 생기고, 기적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 위치한 모든 지점 중에서 우리 매장이 탑 매출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는 찰나에, 그녀에게 요청했던 그 도움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만약 그때 어린 마음에 가졌던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2. 시간, 돈,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You can save time, money, and energy.


조금은 효율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과를 보다 더 빠르게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혼자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힘과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려고 한다면 시간, 돈, 에너지와 같은 한정적인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자신 보다 더 빠르게 경험했고, 자신보다 더 많이 경험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을 내 상황에 그대로 적용시켜도 언제나 변수는 발생한다. 그 변수를 통해서 스스로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더 강해지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를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더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함께 일하는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시간도 줄이고, 비용도 줄이고, 에너지 또한 줄이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동기부여를 가지고 더 탁월한 결과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오히려 더 쉬워질 수 있다. 어차피 이것도 내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원 입학을 준비할 때, 토플과 GRE 시험 준비를 위해서 서울의 한 영어 학원을 찾았다. 나름 영어 리딩, 리스닝, 스피킹 섹션은 자신 있었지만, 라이팅 섹션만은 도저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았다. 대한민국 초중고 및 대학교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도 딱히 그럴듯하게 영어 라이팅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영어 학원의 토플 & GRE 라이팅 강의실에 들어갔다.


자고로 글쓰기(Writing)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에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목표로 했던 상황에서는 조금 달랐다. 영어 라이팅 채점 기준에 정확하게 맞아야만 고득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 라이팅 시험에서만은 그들이 원하는 정답이 존재했다. 하지만, 밤새도록 고민하고 작성한 에세이에 빨간색 펜으로 첨삭이 도배되어 다시 돌려받은 에세이를 볼 때면 마음이 상했다. 물론, 단어 오류, 문법 오류 등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실수들은 인정하지만,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그 생각을 전개하는 논리를 첨삭받을 때는 참 마음이 쓰렸다.


"쌤, 이거 밤새도록 열심히 썼는데, 이게 맞아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어린 마음에 가끔은 라이팅 선생님에게 따져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똑같았다. "라이팅은 많이 쓰면 쓸수록 느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순간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매일 하루에 3~4개의 에세이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다시 돌아오는 3~4개의 에세이들은 이전과 똑같이 빨간색 펜으로 첨삭이 도배되었다. 강의실 밖에 있는 책상에 홀로 앉아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무언가 결심을 하고 라이팅 선생님을 찾아갔다.


"쌤, 라이팅 논리 전개가 너무 어려워요. 혹시, 쌤은 어떻게 논리를 전개하는지 볼 수 있을까요?"


라이팅 쌤은 옆에 있는 A4 용지 한 장과 볼펜을 가지고 내가 작성했던 에세이 중 하나의 주제로 논리를 전개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었다. 조금은 예의 없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너무 답답한 나머지 나 또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나를 차분하게 대하면서 직접 옆에서 일일이 설명해 주는 라이팅 쌤의 모습에 감동을 하고 자연스럽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혼자라면 영어 라이팅에 더 많은 시간, 더 비싼 비용,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들었을 텐데, 라이팅 쌤의 헌신적인 첨삭과 수없이 많은 질의응답을 통해서 영어 라이팅에 더 깊숙이 빠질 수 있었다. 마침내 열심히 준비했던 영어 시험에서 토플 라이팅은 30점 만점을, GRE 라이팅은 5.0점을 받고 기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영어 논문 작성을 즐길 수 있었고, 다양한 한영, 영한 번역을 통해서 직업도 가질 수도 있었다. 만약 그때 너무 부족했던 나 자신만을 탓하고 라이팅 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3.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You can have the courage to live your life.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서로가 부족한 점(Vulnerability)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만의 약점 또는 단점을 다른 사람들과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신만의 약점 또는 단점을 혼자서만 끙끙 앓면서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를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가족, 친한 친구, 친한 동료뿐만 아니라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서도 충분히 도움을 청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 Direct Message)를 보내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용기 내어 보내는 DM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의 네트워크 또는 자신이 선망했던 사람들과 더 가까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학업에 대한 고민, 커리어에 대한 고민, 꿈에 대한 고민 등 혼자서만 해왔던 고민들을 이제는 서로가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채널만 보아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민과 걱정을 자유롭게 공유한다. 물론, 모두가 진심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확실히 요즘 세대는 서로 간의 공유가 활발하다. 이를 통해서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타인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는 것이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Social media can be an outlet to ask for help.


미국 대학원 시절, 석사 첫 학기에 조인한 연구실에서 이제 막 졸업을 앞둔 박사생과 같이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그가 열심히 해왔던 연구들을 옆에서 도우면서 앞으로 더 깊은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대만 출신의 그는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를 모두 미국에서 마치고 졸업도 하기 전에 인텔에 취업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첫인상이 조금은 차가웠던 그는 그래도 나와 함께 실험실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수업, 과제, 시험, 연구, 실험, 논문 작성에 매달리면서 대학원 생활을 이어나갔다.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언제나 기숙사와 강의실, 기숙사와 연구실을 반복하면서 정신없이 살았다. "과연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루에 100번 이상을 하면서도 아침이 되면 강의실로, 점심이 되면 서브웨이 들려 샌드위치를 가지고,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연구실에서 살았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 점수가 잘 나왔거나 연구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비로소 잠깐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투자한 시간 대비 너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잠도 모자라고, 식욕도 없고, 멘탈도 나간 상태에서 그 박사생이 내게 여러 질문을 했다. 몰랐다. 몰라서 그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왜 이런 것도 모르냐?"라는 식으로 나를 밀어붙였다.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른 나는 그만 큰소리를 치면서 영어로 욕을 뱉었다. 장갑을 벗고 연구실 가운을 던지면서 연구실을 뛰쳐나왔다.


기숙사에 가서 깊은 잠을 자고 난 뒤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박사생 친구는 굳이 따로 시간을 내면서 까지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후에 연구실로 향하면서 바로 그 박사생 친구의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대화를 요청했다. 나 또한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여서 사과는커녕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조차 몰랐다. 순간, 그 박사생은 미안하다면서 손을 건넨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보면서 말했다.


"I'm sorry, I was too exhausted. I didn't mean it."

"미안, 내가 너무 지쳤었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박사생 친구는 미소를 짓더니 곧이어 괜찮다면서 오후에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6개월이 넘게 그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그때 처음으로 단 둘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석사생일 때 나보다 훨씬 더 못해서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더 많이 욕먹고, 더 많이 혼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으로 듣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상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결의를 함께 다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실에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 대학원 시절에 그 박사생과 함께했던 경험을 통해서 진실되게 동료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다. 이후에 다양한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크고 작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공통된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때 너무 화가 난 상태로 그 박사생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Asking for help to go further.


인생을 살면서 모든 일을 혼자 하려는 마음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면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혼자서는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이는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지, 단순히 나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절대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도움을 청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 더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렇게 한 단계, 두 단계,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가면서 스스로가 성장하고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해본 사람만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그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서로가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하다.


혼자서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큰 용기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더 강해지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연습해 보자.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하고, 창피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조금은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더 높은 곳으로 향해 달려가는 미래의 자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몰랐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그저 남을 귀찮게 만드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더 성장하고 싶다면 꼭 했어야만 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주저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그래야만 내가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할 테니까.


혼자서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해야 하는 3가지 이유

1. 포기를 피할 수 있다.
2. 시간, 돈,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3.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Asking for help is a sign of strength.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강함의 표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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