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상담 story - 2
입시 코칭으로 학생을 소개받았을 때, 가장 많은 경우가 고등학교 기준 3~4등급대 학생들이다. 그리고 중학교 때 상위권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많이 받는 성적대도 이 정도다. 자신 있는 과목은 2등급 정도 나오고 자신 없는 과목은 4등급 정도가 나왔다면 고등학교 출발선이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해준다. 물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1~2등급을 받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 범위에 속하는 학생들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등급대의 학생들을 다루고 싶은 이유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스스로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가 가장 많이 달라지는 범위의 학생들이다. 5등급 학생에게 스스로를 부족한 아이로 보지 말고 딱 평균적인 수준임을 강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동일하다. 3~4등급의 아이들은 그걸 강조하지 않아도 스스로 좀 더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피드백하고 목표를 높게 구상하도록 독려한다.
보통 이 정도 등급의 학생들을 만났을 때 목표로 하는 대입 결과는 인서울 합격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현재 수준보다 조금 높은 목표로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이나 자신감이 더 큰 경우 최상위 대학들을 목표로 두기도 한다. 솔직하게는 고1이라고 하더라도 이 등급대에서 최상위 대학을 목표로 했을 때는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그 아이들과 함께 최상위 대학의 입시전형을 살펴보고 그에 맞춰서 생기부를 만들어 가도록 코칭한다. 그렇게 큰 목표를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인서울까지는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능성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성적 향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입시 코칭을 하면서 성적대는 고3 마무리까지 3~4등급 그대로 유지가 되었지만 인서울 대학과 경기권 상위 대학들을 합격한 사례는 굉장히 많다. 성적만으로 부족했다면 학교 활동 등으로 좀 더 높은 학교를 목표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학생부 종합전형의 긍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교과 기준으로는 3등급 이하는 인서울 대학 합격이 어렵다고 봤을 때, 학생들이 잘 알고 대비한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은 굉장히 희망적인 전형이다. 내신 1~2등급 이어도 학생부 기록이 적합하지 않다면 떨어지고 3~4등급 이어도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다양한 학교 활동 기록을 남겼다면 합격할 수 있는 기회의 전형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불공정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합격 여부를 미리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정시 목표가 없이 수시로 무조건 대학을 가려면 수시 6개를 모두 학종으로 쓰는 것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 하지만 어쨌든 3~4등급대 아이들에게 학생부 종합전형은 고3 마지막까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입시 방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발전 가능성이 높고 입시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 차이가 가장 큰 3~4등급대 아이들의 입시 전략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정리해서 목말라 우물을 파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현재 3~4등급대 성적을 가진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입시를 대비해야 할까?
꼭 주의하고 알아둘 입시 정보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래서 인서울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이 정도 질문들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 정도만 알아두어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갈지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지금 현재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의 학년이 중요하다. 만약 고1이라면 가장 먼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수시는 내신 성적 + 학교 활동이다. 교과 전형은 내신만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고1 성적이 전체 평균 등급을 낮춰 앞으로 성적을 올리더라도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고2, 고3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교과 전형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간혹 너무 높은 대학만을 바라보고 일찌감치 교과는 포기하고 학종에만 목매는 학생들이 있는데, 너무 높은 대학을 바라본다면 학종이어도 고3 때 1등급까지 성적 상승 그래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성적에 같이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효율적으로 학생부 기록 활동들을 구상하고 진행해야 한다.
고1이라면 가능성이 무한하다. 진로 역량에서 평가받는 선택과목들을 어떻게 선택할지도 지금 결정할 수 있고, 지금 결정한 진로 계열에 맞춰서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탐구할 수 있는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다. 굳이 한 가지 학과를 정해놓을 필요는 없지만 어문계열, 인문계열, 사회과학계열, 자연과학계열, 공과계열, 보건계열, 생활과학계열 등 어느 정도의 흥미 계열을 좁혀 놓고 그와 관련된 폭넓은 역량 강화 활동이 생기부에 기록되게 해야 한다.
고2, 고3이라면 지원할 수 있는 폭이 좀 더 줄어들고 한계가 명확하다. 교과 전형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들도 후보 선상에 두고 내가 유리하게 지원할 수 있는 학교나 전형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교과 전형이라면 인서울은 어렵고 수도권 내 대학으로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러니 다양한 수도권 대학들 중 더 나와 잘 맞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교와 학과가 어디일지 더 꼼꼼하게 찾아보아야 한다.
고2, 고3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 새롭게 희망 전공계열을 결정하는 것보다 고1, 고2 때까지 만들어진 나의 생기부 상의 강점들을 샅샅이 뒤져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학과나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대학에 가고 나서 한 가지 전공으로 졸업까지 쭉 유지하기보다는 복수전공(다중전공), 전과 등 기회는 다양하니 너무 한계를 짓고 지원 목표를 좁게 잡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미 생기부에서 강화된 활동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학과나 잘 맞는 계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일반고라고 하더라도 학교마다 특색활동으로 밀어주는 계열이나 방향이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학교 홈페이지나 학교 알리미 등의 사이트를 활용해서 우리 학교가 중점으로 두고 지원하는 계열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계열과 유사한 쪽으로 진로 목표를 설정해서 학교 활동을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다.
교과전형은 내가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와 큰 상관이 없다. 다만 사회계열과 자연계열에 따라 관련 교과 이수과목 수의 제한이 있는 대학이 있을 수 있으니 그 정도만 확인하면 된다. 화학과를 지원하지만 고등학교 교과목에서 화학 이수를 하지 않았다고 지원을 못하기보다는 과학탐구 계열 교과목을 5개 이상 이수했는지를 조건으로 보는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이 지원자를 뽑을 때 단일 학과가 아니라 같은 계열을 모아서 동일한 기준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과 전형을 생각한다면 선택과목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과 우리 학년에서 많은 아이들이 선택해서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수가 많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종합전형을 생각하고 있다면 선택과목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고교학점제로 변경을 앞두고 90% 이상의 학교가 고교학점제 형태를 접목해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만 과목 선택을 하고 이수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학교와 연계해서 그 학교에 가서 좀 더 전문적인 전공 계열 과목을 이수할 수도 있고 거점학교들을 기준으로 온라인 과정을 선택해서 과목을 추가로 이수할 수도 있다. 종합 전형은 진로역량을 크게 보기 때문에 선택과목 중에 내가 지원하는 학과와 연관성이 높은 과목은 놓치지 말고 다양한 경로로 최대한 관련 과목을 좋은 성적으로 이수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그 과목을 이수하면서 수행평가 등 과제가 주어졌을 때 나만의 탐구 주제를 잘 선정하여 생기부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보통의 학교에서 입시 전략 세우기'라는 주제의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정시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최종 입시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수능 성적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더 잘 나오는 학생일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수능 성적이 모의고사 성적만큼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수능 성적이 모의고사 평균 성적보다 잘 나오는 학생은 고3 교실에서 1,2명 정도뿐이다. 그래서 수시를 지원할 때 모의고사 평균 성적이라면 무조건 합격할 수 있겠다는 안정 수준의 학교는 제외하되, 평소 모의고사 성적으로 합격할 수도 있는 적정 정도의 학교라면 수시도 같이 지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대학을 선택할 때 무조건 들어봤다거나 주변 친구들이 많이 이야기를 꺼내는 학교를 선택하지 말고 꼼꼼하게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보고 그 대학에서 특히 지원이 많이 되는 계열이나 학과가 어디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 경우 대학 홈페이지에서도 홍보를 많이 하고 관련 학과가 세부적으로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다. 내가 희망하는 전공 계열에 대해서 지원이 많이 되는 학교라면 일반적인 기준의 학교 순위와 다르게 더 전망이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스스로 많은 대학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학과 홈페이지를 살펴봐서 그 학과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고, 그 학과의 교수들이 어떤 주제를 더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거기에 조금 더 살펴본다면 해당 학과의 개설 과목 리스트를 확인해서 그 학과에서 대해서 내 머릿속에서 그려본 것과 실제 학과의 개설 과목이 유사한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화학공학과를 예로 든다면 대학에 따라서 생명과학적인 요소와 많이 결합된 화학공학과가 있고, 물리학적인 기반이 요구되는 화학공학과도 있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학과 특성이 실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하기 전에 그 부분을 비교해 보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생기부 기록도 그 부분을 고려하여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합격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현재 고1인지 고3인지에 따라 가능성의 폭이 달라지겠지만 위에 적혀있는 대로 내신 3~4등급 사이에 있는 아이들을 인서울에 합격 시킨 사례는 굉장히 많다. 나의 생기부에 높은 평가를 해 줄 대학과 학과를 잘 찾고 마지막까지 성적과 학교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면 말이다.
내신 3~4등급 아이들은 정말로 변화무쌍하고 입시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을 믿고 자신을 믿고 도전하라는 것이다. 어떤 것도 결론지어진 것이 없는 등급대이니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어디까지 보고 도전할지 선택할 수 있다. 치열한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내신 3등급이면 20% 내외이고 4등급이면 적어도 상위 40% 이내에 든다. 그 정도면 기본 이상의 학업능력과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더 높은 목표를 걸고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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