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제가 이번 연휴 동안 읽고 있는 책은 호소다 다카히로의 [컨셉 수업]입니다.
이 책은 컨셉의 의미와 어떻게 하면 좋은 컨셉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컨셉'이란 전체를 관통(일관) 하는 새로운 관점을 의미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존재의 의미'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존재의 의미'가 정해지면 비로소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여러 요소가 결정되게 됩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가'보다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 회사, 이 제품이 왜 의미가 있는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컨셉은 아이디어와 선전 문구와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한 발상에서 그치는 단계라면 컨셉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말로 표현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선전 문구는 사실을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이지만, 컨셉은 사실 그 자체를 만들어 내는 더 큰 요소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읽은 내용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컨셉을 만드는 것을 곧 '정답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컨셉의 절반은 '물음표 만들기'에 의해 결정된다, 즉 좋은 컨셉을 이끌어내려면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는 부분이었어요.
저자가 말하는 좋은 질문이란 자유도와 임팩트가 높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자유도는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뜻하고 임팩트는 질문에 답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나 생활에 대한 영향력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좋은 컨셉을 이끌어내는 좋은 질문이 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바꾸는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어리석은 질문, 나쁜 질문을 좋은 질문으로 바꿔야 하는 거죠.
이를 위한 8가지 재구성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분에 관한 질문 → 전체에 관한 질문: 부분보다 전체를 헤아린다면?
2. 객관적 질문 → 주관적 질문: 당신이 유독 좋아하거나 고집하는 것은?
3. 현실적인 질문 → 이상적인 질문: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은 어떤 모습인가?
4. 명사로 된 질문 → 동사로 된 질문: 행동에 주목한다면?
5. 창조하는 질문 → 파괴하는 질문: 깨부숴야 할 지루한 상식은?
6. 수단에 관한 질문 → 목적에 관한 질문: 그것이 수단이라면, 목적은 무엇인가?
7. 이기적인 질문 → 이타적인 질문: 그러면 사회는 어떻게 개선되는가?
8. 정해진 질문 → 자유로운 질문: 아직 나오지 않은 값진 질문은 없는가?
만약 [새로운 발상이 담긴 냉장고]를 개발 혹은 기획해야 한다고 했을 때, 각 질문을 어떻게 적용해 보면 좋을까요?
저자가 책에서 전하는 상단의 질문에 대한 답변 예시를 살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첫 번째 질문부터 시작해 볼게요.
"냉장고를 부분이 아닌 전체로 생각한다면?"
: 공간 전체라고 본다면, '집 전체를 하나의 냉장고로 삼는다'와 같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집 내부 온도 조절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고요. 혹은 '소비 행동 전체'로 사고를 확장해 보면 식재료를 사서 저장하고 조리하고 폐기하기까지 모든 흐름을 조명해 보게 되고 '구입부터 폐기까지 모두 맡기는 냉장고'와 같은 컨셉이 나올 수 있습니다.
"냉장고와 관련해 당신이 특히 좋아하거나 고집하는 부분은?"
: 객관적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는 잠시 잊고, 당신이 재미있게 느끼는지 아닌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샤워하면서 시원한 커피우유를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방까지 가지 않아도 샤워하며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냉장고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요, 이처럼 주관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발코니에서 마시는 맥주, 서재에서 마시는 와인처럼 자신이 원하는 음식/음료 등을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공간에 둘 수 있는 분산형 냉장고'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냉장고를 통해 기대하는 이상적 변화는?"
: 이상적인 디자인을 묻는다면 '인테리어의 하나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냉장고'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고, '이상적인 편리함'을 묻는다면 '식단표까지 맡길 수 있는 냉장고', '장을 봐주는 냉장고'와 같은 발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냉장고와 관련된 행동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 '시원하게 하다', '얼리다', '적절한 온도로 보관하다' 등 냉장고와 관련된 동사를 먼저 나열합니다. 그중 '시원하게 하다'에 초점을 둔다면, 식자재에 한정하지 않고 '옷, 식물, 귀중한 책등을 적절한 온도와 습도로 관리하는 보관소'와 같이 확장되고 범주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관한 깨부수고 싶은 불만이나 상식은?"
: 냉장고는 왜 커다랗고 네모나며 당당하게 집의 한 공간을 떡하니 차지해야 할까요? 이런 불만을 느꼈다면 '유연하게 모양을 바꾸는 냉장고'와 같은 상식의 정반대에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어요.
"냉장고가 수단이라면 목적은 무엇인가?"
: 냉장고를 구입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가족의 건강'일 수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냉장고 즉 체중계나 혈압 측정 기기,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계해 새로운 기능을 구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냉장고를 통해 사회는 어떻게 개선될까?"
: 사회적 과제와 냉장고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이타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냉장고를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혹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냉장고의 밀접한 관계를 생각해 '일하는 여성의 수고를 덜어주는 냉장고'라는 방향으로 컨셉을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냉장고는 로봇이 될 수 있을까?"
: 지금까지 만든 질문들이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제는 좀 더 재미있는 질문을 던질 차례입니다. 예를 들어 '도라에몽'처럼 인격을 가진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와 같은 질문이죠.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건강을 신경 써주며 식단을 함게 고민하는 파트너의 역할을 냉장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와 같이 냉장고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생각했을 때 즐거워지는 질문이면 좋습니다.
위와 같이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더 많은 발상을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더 좋은 '컨셉'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 상품 혹은 서비스에 위 8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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