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코아 May 04. 2024

좁디좁은 내 시야

매듭을 짓고 그다음으로

 굉장히 뜬금없는 말로 서문을 열자면, 나는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강사가 먼저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찌 된 일이냐 싶을 수 있다. 일과 관련된 여러 고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인천에 다녀오고 나서 사실 열심히 일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엔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다. 필요한 걸 한 것 같기는 한데 빛 좋은 개살구랄까. 내 의지와 현실은 괴리가 큰 것 같았고 그 걸 명확히 느끼고 나서 작은 계획을 세워보았다. 이걸 해내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고, 이를 위한 돈도 충분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잠정 중단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고 보니 5월이 되었는데 조금은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날은 교보문고를 가기로 한 날이라서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가 금방 왔고, 멍 때리며 가다 보니 꽤 빨리 도착했다. 교보문고에 들어서자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부모님과 같이 놀러 온 것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좋았고, 스마트폰 충전을 하느라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농담을 나누는 중학생들도 꽤 즐거워 보였다. 자리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괜히 힐링이 됐다. 나도 책을 하나 들고 자리에 앉았다. 책의 제목은 '서른에 읽는 아들러'였는데, 아직 서른은 아니지만 금세 서른이 올 거긴 하니까 그냥 내용이 궁금해졌고 읽고 싶었다.


 내리 3시간 정도를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그 자체도 좋았지만 내용도 공감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잘 지내다가도 불안하고 괜찮은 것 같다가도 조급해지고 때로는 일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나에게 화도 나는 그런 것. 졸업한 이후의 살아감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서른에 읽는 아들러를 다 읽고 나서 덮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읽고 싶었던 다른 책들을 구경하다가 그중에 2권을 구매해서 교보문고를 나왔다. 책을 읽었더니 너무 배가 고파져서 양지쌀국수를 시켜 먹었다. 오랜만에 혼자 나와서 먹으니 또 그런 맛이 있었다.


 다음 날도 사온 책을 읽다 보니 하루가 금방 갔고, 4월에 시험 기간이라 잘 참석 못했던 러닝크루도 오랜만에 다녀왔다. 그래도 확실히 체력이 늘긴 했다. 7:00 기준으로 5km를 반환점에서 낙오했던 내가 이번에는 3.5km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이번 주에 학교 근처에서 혼자 러닝을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다음번에 나갈 때에는 꼭 7:00 기준 5km를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다. 금요일이 되어서 마지막 수업을 듣고, 교양 팀원들과 카페에 모였다. 점수 비중이 큰 기획안 과제 제출이 있어서 같이 아이디어 회의를 잘 마무리하니 그제야 이번 주도 거의 끝난 기분이 들었다. 휴. 


 학교 생활이나 러닝이라는 내 취미 생활이나 잘 적응한 것 같은데, 중국 상품 소싱과 등록이라는 일은 잠시 중단하기로 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을 구하는 게 맞는 수순인 같았다. 아,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재밌으면서도 종종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너무 좋고 재밌지만, 잘 쓰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그렇지 못할 때 꽤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솔직하려고 노력해 볼 뿐이다. 나는 잘 쓴 것 같지 않은데 매번 작은 관심이나마 읽어주신 게 느껴질 때 그게 힘이 되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여하튼 아르바이트도 이번에 지원했고, 기다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며 지내는 게 학교 공부에 무리가 온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하다. 그리고 난 20대 초반이 아니니까.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떠올렸다. 마냥 좋아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는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면 학업에 무리가 가진 않을 듯했다. 대학에 다시 오니 주변에 생각보다 중국어 공부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나는 비록 적은 경험이지만 2명의 학생을 가르쳐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첫 번째 대학생활의 매듭을 짓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 매듭은 꽤 중요하게 느껴졌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전에 내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어려워하고 힘들어할 때, 친동생 S가 나에 대해서 말했던 게 있는데 그게 이번에 떠올랐다. 중국어를 열심히 했는데 그게 번듯한 활용새도 없이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형태가 되어서 힘든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이었다. 어쩌면 그 매듭이 없다는 조언이 맞는지도. 그때는 인턴까지라도 했던 게 나름 매듭이라고 생각했었다. 


 인천관광공사 인턴을 끝으로 중국어와는 담을 쌓았고, 그동안 실력도 많이 죽었다. 지금의 학업과 영어도 해야 하니 중국어는 여유가 될 때 가져가야지 했던 게 다였다. 그보다는 새로운 일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번에 일을 잠정 중단한 것을 계기로 내가 배운 언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그러한 든든한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위에서라면, 새로 시작한 나의 학업도 비로소 새로운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국뿐 아니라 해외 물리치료사로서도 살고 싶은 나는 PT 라이선스도 따야 하거니와 어쨌건 언어라는 영역을 넘어야만 하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해야 될 것 같다.


 정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부족하고, 시야가 아직도 좁은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갈 길이 꽤 머니 천천히 가자는 말도 와닿지 않는 거 같고 빨리 가보자니 금세 지칠 것 같다. 다만 중도를 찾고, 더 큰 시야도 갖고 싶고, 안정되고 싶다. 그래도 사무 일로만 내 커리어를 채우지 않기로 한 뒤에 겪는 것들이 나와 맞고, 나를 성장시키고 있어서 좋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이 선택을 할 것 같다.


 나는 하고 싶은 건 많은 사람이지만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에너지를 알맞게 쓰는 부분이 언제나 제일 어렵다. 적절한 가지치기가 안 돼서 어려운 것 같다. 시도했다 덮고, 다시 그러길 반복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강사부터 해보자는 내 생각이 맞았으면 좋겠다. 치열한 고민을 했던 한 주 인듯한데, 정말 고생 많았다고 해주고 싶다.


 




이전 14화 나 진짜 시험 못 본 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