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하실 줄로만 알았던 우리 할아버지, 이제는 편히 쉬세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이모로부터 듣고 나서 불가피하게 알바를 하루 빠지고 3일 간 치러지는 장례식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이모들을 보니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수능을 준비하는 사촌동생도 오랜만에 만났다.
우선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장례식 한편에 마련된 데스크에서 동생과 함께 조문객 분들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뵐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해서 나와 동생이 남아 일을 도와드렸다. 엄마와 이모들, 아빠랑 이모부들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뵈었겠지.
계속 앉아 있었지만 마음이 괜히 답답했는데, 친구 두 명이 조문을 해준 덕에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는 나름 잘 먹을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던 것 같아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답답한 느낌은 들었다. 슬픈 데 나도 모르게 꾹 참고 있었는지. 그래도 정작 가장 슬픈 건 엄마와 이모들일테니 생각하며 나는 장례식에서도 한남공원 장지를 하면서도 억지로 눈물을 꾹꾹 참았다. 우는 모습을 굳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랬는데,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려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슬프지만 이 세상에 ‘죽음’이라는 게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싫어서, 엉엉 울었다. 장지 할 때는 죽음이 실감이 안 나다가 긴장이 풀리면서 그랬던 걸까. 문득 할아버지라는 포근함이 사라진 것 같아서도 그렇고 20대 초반일 때보다 자주 이모네를 못 갔다 보니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할아버지의 장례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렇게 공부는 일단 멈추게 되었고, 12월 한 달은 알바를 조금 늘리고 쉬는 날마다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다. 가고 싶었던 영월에 여행도 다녀오고, 대학교 내내 학수고대하던 피아노 레슨도 시작했다! 무려 7년 전부터 나는 재즈 반주를 너무나도 배우고 싶어 했어서 더 기뻤다. 집에 있는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가 아닌 피아노 학원에서 조율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치고 있자니 너무너무 즐거웠다. 레슨선생님도 정말 친절하고 이해되게 잘 가르쳐 주셔서 참 감사했다. 일하고 쉬면서도 문득문득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가 좋은 곳에 가시길 빌었다. 또, 그럴수록 내 할 일을 열심히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년에 시작할 공부에 대한 걱정도 한 스푼 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