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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Feb 22. 2024

스물아홉인데, 대학교 신입생이 됩니다

따뜻함을 건네는 의료인을 꿈꾸며 노력했던 시간들

   어느덧 23년 1월이 되었고, 공부와 알바를 반복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다 보니 긴 시간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빼먹는 날 없이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수능 물리 과목은 필요로 인해 단과 학원을 끊었다가 안 될 것 같아서 과감히 포기했다. 한마디로 과탐 자체를 포기하고, 사탐으로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1년 안에 과탐 성적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거다. 과탐은 개념을 끝낸 것 만으로 국어에 도움이 될 테니 일단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3월 초 혼자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무려 홋카이도의 삿포로와 오타루, 그리고 하코다테라는 지역이었다. 삿포로는 눈을 보고 싶어서 오타루는 작은 예술 마을에서 산책해보고 싶어서, 하코다테에서는 트램을 마음껏 타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싶어서 정한 지역들이었다. 그리고 여행 루트를 짤 때, 일부러 기차를 오래 타고 이동하도록 짜기도 했다. 공부하면서 그간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돈을 보태 도움을 준 가족들에게 참 고마웠다. 아깝지 않게 정말 야무지게 놀고 왔으니까. 그리고 돌아와서는 재수학원에 들어가서 수능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알바도 지속했다.


   수능을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수학이 걱정이었던지라 어떻게 될지 몰라서 TO가 나면 관광공사에 지원도 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알바를 6월까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능에 대한 생각이 매우 확고해진 터라, 6월 모평 전에는 알바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5월 말 잠시 알바를 그만두고, 11월까지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23년 11월 16일 수능 당일이 되었다. 전날 다행히 푹 잤고 아침밥도 잘 먹었고, 좋은 컨디션으로 잘 치르고 나왔다. 국어부터 힘들긴 했어서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시험이 끝나서 너무나도 홀가분했다. 수능이 끝난 날 가족들과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20시 30분엔 방에 콕 박혀서 가채점을 했다. 학원에 결과를 보내고 나서 푹 잠을 잔 것 같다. 그리고 2월이 되기까지 일도 하고 놀기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한의학은 6월 모평 성적 나오고 나서 접어 두고, 간호는 예전부터 적성이 아닐 것 같아 접어 뒀었고, 물리치료학을 바라보며 공부했었는데 그 결과가 거의 나와서 곧 다가올 3월에는 대전으로 내려갈 것 같다.


   수험생활을 지나고 보니 스물아홉이 됐는데, 그것도 신입생이 된다니. 불안한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그걸 안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한의학을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결국에 좌절된 거로 볼 수도 있지만 전혀 실패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고, 새로운 길을 발견한 기분이 드는 게 참 신기하고 앞으로가 꽤 기대된다. 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참 많으므로, 그리고 후회해도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나처럼. 이 글을 보는 모두들 두려워도 도전하며 살아가길. 도전하고 싶지 않다면, 일상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나의 글 한 편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재미가 되길 조심스레 빌어본다.


   앞으로는 대전에서 보낼 대학 생활들에 대해 느끼는 소회들에 대해서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떡하니 내려가니까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게 꽤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어쩌면 브런치 글 한 편을 통해 내가 말할 창구를 마련해 두는 셈이기도. 머지 않아 브런치는 내 나름의 즐거운 취미 생활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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