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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Mar 02. 2024

내가 가는 길의 곁에서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이번 주도 역시나 쏜살같이 지나갔다.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친구랑 갈비를 구워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알고 보니 내가 최근 몇 년 바빴던 것만큼이나 친구도 엄청 바쁘게 살았더라. 그런 친구의 모습이 대단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친구의 쉬고 싶다는 얘기에 무척 공감이 됐다. 나도 나도. 하하. 이래저래 미래도 고민해 봤다가 지금의 고민에도 토닥여봤다가 친구가 다음 약속이 있다고 해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쭈욱 낮잠 아닌 낮잠을 잤다. 늦은 오후의 낮잠인가. 전날 아르바이트도 했겠다, 친구랑 낮부터 만나서 열심히 놀았겠다 피로가 쌓였는지 잠이 계속 쏟아졌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인데, 요즘은 체력이 안 따라주니 더 놀고 싶어도 다음 날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못 놀면 아쉬운 만큼 운동이라도 해서 체력을 키워봐야지.


 한편,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구 C가 있다. 최근에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는데, 굉장히 핫해서 주말은 물론이거니와 평일에도 웨이팅을 걸어야 하는 엄청난 곳이다. 아주 힘들어한다. 굉장히 존경스럽다. 이 친구 C를 만나기 위해 평일 저녁 그 베이커리를 방문했다. 다행히 많이 기다리진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다음 날을 위해 다른 음료를 주문하고 수프와 빵을 구입했다. 테이블에 앉아서 친구 일하는 모습도 좀 찍어주고, 멍 - 때리며 음식을 기다렸다. 저녁 때라 배가 무척 고팠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감자버터빵과 토마토수프를 시켰는데, 빵은 너무 부드럽고 수프는 왜 이렇게 맛있는지. 수프가 느끼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조금 매콤해서 굉장히 맛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프에 빵을 찍어서 한 입. 또 한 입. 행복한 하루가 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녁을 잘 먹고 나서 직원 분들이 마감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아 식기를 반납하고 먼저 나왔다. 친구도 곧 퇴근하고 나왔다. 출출해하는 것 같아서 같이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의 맥도널드로 향했다. 나는 너무 목이 말라서 복숭아 셔벗 비슷한 음료를 하나 시켰고, 친구 C는 버거와 사이드를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있자니 룰루랄라 즐거웠다. 하지만, 둘 다 오전부터 일정이 있고 일하고 그래서인지 피곤해져서 2차는 고사하고, 집에 귀가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 친구를 배웅해 주고, 나도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휴.


지하철을 타면 50분인데, 버스를 타서 1시간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속이 메스꺼워서 혼났다.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길. 그래도 10시에 뿌염도 하고, 다 읽은 책들을 도서관으로 야무지게 택배로 부치고 친구도 만나고 오고 바쁘게 산 것 같다. C가 직원 할인가로 빵을 몇 개 포장해 줘서 집에서 가족들과 잘 먹을 수 있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피자헛에서 마지막 근무가 끝났다. 좋기도 하지만, 앞으로가 막막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 병원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접수번호가 0020이었는데, 나 말고도 19명은 더 있었던 것 같다. 으흠.

3월에는 신경 쓸 게 많을 것 같으니 알바를 너무 급하게 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예전의 나라면, 지금쯤 아마 구했을 건데. 나도 참 많이 바뀌었나 보다. 그래도 여유가 생겼다. 막근이 끝나고 나서 아쉬운 마음에 친한 아르바이트 동생 H 하고 집 앞 꼬치집에 갔다 왔다. 앞으로 다닐 대학 이야기나 동생 H의 취준 이야기를 주로 한 것 같은데, 나의 1학기 시간표를 보더니 '인체해부학'이라는 과목에 나보다 더 설레한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아. H가 바라는 인턴이 꼭 됐으면 좋겠다. 다음 날에는 피자헛 사장님과 다른 아르바이트 동생 M과도 같이 4명이서 새벽 3시까지 한 잔 하면서 나름의 답답함들을 덜어내고, 묵묵히 서로를 응원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집에 오면 한 번씩 놀러 가야지.


 기숙사 짐을 챙겨야 하는데, 계속 미루다가 금요일이 돼서야 방정리를 시작했다. 버릴 옷은 버리고, 안 쓰던 책도 정리하고, 기숙사에 가져갈 짐을 추렸다. 사실 아직 반 정도는 남았다. 오늘 안에 남은 걸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3일에는 집에서 11시에 출발해야 하니까, 오전에 피자헛에 유니폼을 반납하고 바로 내려가면 될 것 같다. 오후 3시 전에는 도착할 예정이라 1시 반 KTX를 타야 한다. 미리 예매하기는 했는데, 개강 전날이라 그런지 대전으로 가는 차편이 전부 다 매진 행렬이었다. 큰일 날 뻔했다.


 이제 인천에서의 생활을 잠시 접고, 곧 대전으로 내려가게 된다. 드디어 독립하는 기분. 가족들은 이제 잘 못 본다며 아쉬워하긴 해도, 나는 아직은 좋다. 그간 독립을 참 하고 싶었다. 누구의 잔소리 때문은 아니고 나 스스로 오로지 해나갈 것들이 있어야 잘 커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아마 내려가면 종종 보고 싶을 거 같긴 하다. 그래도 쉬는 날 안부 묻고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낼 거니 괜찮다. 친구들도 놀러 온다고 했고. 그리고 지금은 기숙사에 살겠지만, 머지않아 자취할 집을 구해야 될 것 같다. 그러면 정말 완전한 독립이 될 거다. 독립은 혼자이지만, 대전에서 살면서 한 명 두 명 조금씩 친구들이 늘어갔으면 좋겠다. 가족만큼은 아니겠지만 함께 으쌰으쌰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보다 그동안 나의 취준과 수험생활을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그리고 종종 함께 만나 혹은 카톡으로라도 여러모로 응원해 준 친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가는 길이 참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데도 곁에서 믿어주고 응원해 준 사람들. 그러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자아자. 그래도 너무 애쓰지는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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