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이 글은 8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 이제부터 시작인가? 터질대로 터진 영감의 전율이 차분함마저도 가라앉히는구나. 그러나 이 흥분이 그릇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주어진 24시간은 한 사람의 생을 보기 좋게 바꿀 수 있으니 역사는 누구에게나 손을 내미는 아량 넓은 존재가 아니던가?
희노애락에 파묻혀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우울함에 갇혔던 지난 날을 곱씹어보며 현재를 밝게 물들이고자 한다. 세상은 모순투성이라고 하지만 그다지 나쁜 곳은 아니다. 적어도 고독의 술잔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정복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의 가녀리고 도덕적인 행동이 갈기갈기 찢기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과거는 반복된다. 사람들은 할 것이 없다고 투덜댄다. 그릇된 모습의 향연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 것이다. 아... 기본적인 능력을 상실한 오늘날 미래들은 자신들의 앞가림은 뒤로 한 채 당장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하니 어찌 이것을 좋은 현상으로 볼 수 있단 말인가?
간단한 글도 작성하기 힘들고 간단한 대화마저도 방향을 잃어버리니 하루살이의 목숨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진실은 언제쯤이면 밝혀질 것이며 정체는 언제쯤이면 풀릴까? 옛날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버렸고 황제의 권위를 자칭하듯 편의에만 갇혀 사니 실로 어두운 길에 접어들었도다. 감각이 상실되고 생각이 굳어지는 소리가 절로 들려오는구나. 이제 나는 앞날을 위해 실전에 유효한 공부를 하고자 하니 이 모든 것들이 잘 행해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마치 속세를 떠난 사람이 한 잔하고 작성한 글인 것마냥 직설적인 내용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8년 전의 7월은 정신적인 소용돌이가 불어닥치는 시기였다. 모두가 취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홀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하루를 보냈다. 취업준비를 위해 자격증을 공부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취업에는 일체 관심이 없었고 그냥 현재를 즐기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갔다. 물론 그로 인해 나중에 취업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경험했다. 방학을 풍성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왜 그 당시에는 그게 와닿지 않았을까? 어쩌면 취업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취업을 하게 되면 돈을 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경험한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데 정작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불가피한 야근이나 프로젝트를 들어가게 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일만 하게 된다. 어쩌면 그게 싫어서 취업을 늦추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취업 얘기를 할 때 누군가 나에게 취업은 언제할 거냐고 물어보면 아직 생각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냥 연구나 하면서, 공부나 하면서 산다고 얘기했는데 당연히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나의 미래를 걱정했고 뭐 알아서 잘 되겠지 하는 식으로 내게 위안 아닌 위안 섞인 얘기를 했다.
8년 전 나는 사회생활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개발을 좀 배웠지만 이걸로 과연 취업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프로젝트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프로젝트 기여도 측면에 있어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뭘로 취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때는 취업이 알게 모르게 두려웠다. 난 전공을 살려서 취업을 하고는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그나마 해왔던 개발마저도 계속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취업캠프에 다녀오고 난 이후부터 조금씩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독서와 필사를 계속 하다 보니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많은 도움이 된 것이다. 그렇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차근차근 취업준비를 했다.
졸업이 거의 다가올 즈음에 교수님께서 몇 군데를 추천해주셨다. 하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고 취업준비 기간만 더 늘어났다. 중간에 알바도 하면서 어떻게든 돈벌이는 계속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회사를 들어가지 못하니 걱정과 공허함은 더해져만 갔다. 그러다 우연히 국비지원 빅데이터 교육을 받았다. 3개월 교육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3개월만 배우고 취업이 가능하다고? 정녕 환상인가 현실인가? 하지만 난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다. 대체 이게 뭔가 싶었다. 당시에 R 프로그래밍과 파이썬 그리고 NoSQL, AWS 등을 배웠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파이썬이야 학교에서 잠깐 경험해서 그나마 좀 나았지만 R 프로그래밍, NoSQL, AWS 는 접근 자체조차 힘들었다. 강사는 주어진 교육기간 내에 진도를 다 나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뒤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그 뒤처지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내 국비지원 교육의 첫 시작이었다.
국비교육을 중도하차한 이후 나는 방황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가? 나는 블로그를 만들어서 시와 에세이를 작성하기로 했다. 블로그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하루에 글 하나씩은 꼭 작성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취업에 대한 압박감과 블로그 글쓰기 사이에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나였다. 쉬는 기간에 여기저기 서류를 넣어봤지만 서류 통과는 쉽지 않았다. 방구석에 있는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경기산업기술교육센터에서 스마트사물인터넷과정으로 국비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두 번째 국비교육의 시작이었다. 난 이 교육에서 도지사 상을 수상했다. 프로젝트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대체 뭐가 바뀐 것일까? 교육내용이 학교에서 배운 교과와 유사한 점도 있었지만 제일 많이 바뀐 것은 마음이었다.
독서와 필사의 세계에만 갇혀 살았던 내가 현실의 세계에서 우뚝 서려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고 그로 인한 변화는 실로 급진적이었다. 수면시간을 줄였으며 평일에는 오로지 공부만 생각했다.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훗날 정직원으로 취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토록 원하던 취업을 했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외근과 전화가 지속되었고 코드와의 씨름에서 이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그래도 고생길을 몇 번 걸어보니 그만큼 얻는 것은 있었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 어느 순간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니 밥도 안 먹고 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체중이 말도 안 되게 많이 빠졌다. 아... 시작은 미약해도 끝이 미약하면 안 되는 것인데 왠지 모르게 그 끝마저 미약해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변화를 하기로 결심하고 퇴사 후 이직을 했다.
이직이 쉽지는 않았다. 취업하기 힘든 현실이라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무사히 취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마저도 퇴사를 했다. 스타트업이었던 회사의 특성상 일이 몰릴 때는 말도 안 되게 몰렸다. 책임의 무게감도 컸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업무가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자기와 맞는 일이라면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전 회사는 그래도 주말에 뭔가를 하기는 했는데 이 회사는 달랐다. 주말에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뭔가 자기 스스로 발전을 하며 회사 업무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과정을 몇 번 경험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다. 아... 난 미련없이 퇴사를 결정했다.
여러 번의 시작 그리고 여러 번의 끝을 경험하다 보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8년 전의 나는 내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아마 전혀 못했을 것이다. 취업을 하여 일하고 있는 나를 8년 전의 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2번의 퇴사 이후 이직에 성공했다. 며칠이 지나면 또 다른 시작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시작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이 시작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전에 유효한 공부, 그 공부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쉽게 할 수 없었던 그 공부... 이제는 그 공부를 시작하고자 한다. 배움에 집중하기로 한 이상 더는 과거의 후회와 좌절, 비교의식에 빠져 살고 싶지 않다. 나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미약했던 시작이 조금씩 창대해져가는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되돌아보며 최적화된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이 지금의 내가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 ==================================== <<
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 시리즈는 여기까지입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